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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염수정 추기경 “내 작은 기도가 교회 도움되길”

입력 | 2021-11-30 18:13:00


 “참 시간이 빠르다. 노력했지만,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여러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부족함이 크다. 이렇게 제 임기를 마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형제사제들, 신자들의 협조와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세례명 안드레아) 추기경은 30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이임 감사미사를 봉헌하며 이같이 밝혔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먼저 오늘 이 시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드린다”며 “지나온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 그저 과분하다는 마음이 솔직한 저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저를 위해 함께해주신 여러 주교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성직자들과 수도자들을 비롯한 교형자매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사제로 51년을, 주교로 20년을 살아왔고, 9년 반은 교구장이라는, 부족한 제게는 너무 버거운 십자가를 지게 됐다”고 돌아봤다.



추기경은 “제 직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저의 말과 행동때문에 상처받은 분이 계시다면 이 자리를 빌어 용서를 청한다”며 “주님의 자비로운 마음으로 자비를 베풀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고(故) 정진석 추기경님께서 저의 착좌미사 축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며 “‘서울대교구는 이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는 교구이므로 새 교구장선출에 대한 기대는 전국민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가톨릭교회만이 아니라 온 국민의 영적 지도자로서 국민의 기대가 크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저의 착좌미사 때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각자 처한 상황에서 사도직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이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선교의 장을 열겠다, 아시아 선교와 젊은이, 민족 화해 등을 주요 사목 현안으로 꼽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열린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역시 부족했다고 고백한다”고 회상했다.

염 추기경은 “지금까지 제가 살아온 길을 돌이켜보면 제가 산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고 밀어주셨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며 “솔직히 저는 그 분들이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느님께서는 어려움마다 항상 당신의 천사들을 보내주셨다”며 “그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 인사를 드린다. 하느님께서 그분들의 공로를 꼭 갚아주시기를 기도한다”고 부연했다.

1943년생인 염 추기경은 1970년 가톨릭 신학대 졸업과 함께 사제품을 받았다. 서울 불광동성당과 당산당성당 보좌신부로 사제생활을 시작했으며, 서울대교구 사무처장·목동성당 주임신부 등을 거쳐 2002년 주교로 서품됐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교구 매스컴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그의 유지를 잇는 교구 공식사업인 옹기장학회와 (재)바보의 나눔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정진석 추기경의 뒤를 이어 2012년 5월10일 제14대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에 임명됐다.

그는 “각자의 자리에서 복음을 증거하시며 사시는 신자들과 수도자들을 볼때 깊은 감동을 느낀다”며 “신자 여러분들에게 특별히 우리 사제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린다. 모든 사제들이 사제서품 때의 마음으로 한 평생을 살 수 있도록 신자분들이 항상 기도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고 청했다.

이어 “사제들에게 있어서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은 그 어느 것보다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며 “저는 교구장직을 떠나도 매 순간을 감사히 여기며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면서 살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한반도의 평화와 우리 교회를 위해 기도하면서 지내겠다”고 덧붙였다.

은퇴 후 그는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신학대학) 주교관에서 지내게 된다. 염 추기경은 “오늘까지 건강을 허락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명동을 떠나 혜화동에서도 지금처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겠다”며 “부족하지만 저의 작은 정성과 기도가 우리 교회와 교구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

이임 감사미사와 환송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와 주교단, 교구 사제단, 수도자, 평신도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 후 열린 환송식에서는 교구민 대표들이 감사패와 영적예물을 염수정 추기경에게 직접 전달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는 송사를 통해 “추기경님께서 모범적인 헌신으로 완수하신 이 길을 감사의 마음으로 기억하는 동시에, 또한 앞으로 주님께서 추기경님을 이끌어주실 그 시간들을 바라보며, 전임 대교구장이신 추기경님께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사제단 대표로 송사에 나선 교구 사목국 김광두 신부는 “추기경님 덕분에 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도 멋지게 단장되었고, 우리 교구 내 여러 성지를 잇는 순례길도 잘 마련됐다”며 염수정 추기경이 교구장 재임 시절 가장 역점을 둔 사목들에 대해 말했다.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손병선 회장은 평신도 대표로 송사를 했다.

염 추기경은 답사에서 “안드레아 사도 축일에 이임미사를 봉헌하고 새 교구장님이 오시게 된 것이 성령의 섭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효선 동요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우리 모두, 각자가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되고 사랑받는 아름다운 존재”라고 격려했다.

한편, 정순택(60) 신임 교구장의 착좌 미사는 오는 12월 8일 오후 2시 명동대성당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