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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오미크론 지역감염’ 번진듯…부스터샷 접종자도 확진

입력 | 2021-11-30 20:58: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 변이인 오미크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3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지하철 이용객들이 마스크를 모두 착용한 채 앉아 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11건으로 늘어난 영국은 다시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런던=AP 뉴시스


전파력과 면역 회피능력이 강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유럽에선 이미 ‘지역사회 감염’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각국은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독려하며 대응에 나섰다.


아프리카 간 적 없는데 감염

유럽에서는 아프리카 등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오미크론 변이의 지역 내 집단 감염 사례가 나왔다. 29일(현지 시간) 확인된 포르투갈 벨레넨세스 프로축구팀의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13명 중 1명만 최근 남아공을 다녀왔다.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오미크론 감염 진단을 받은 남성은 아내와 두 자녀를 감염시켰다. 영국 정부에 전염병 확산 모델을 조언하는 워릭대 교수 마이클 틸더즐리는 “확진자가 발견된 시점에는 이미 더 많은 지역감염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정부 과학 고문들을 인용해 수일 내에 오미크론 변이감염 사례가 수백 건씩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간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병원에서 29일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발견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네덜란드를 경유해 입국한 여행자다. 스웨덴에서도 남아공을 여행하고 귀국한 여행자의 변이 감염이 이날 확인됐다. 이에 따라 30일 오후까지 유럽에서만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벨기에 영국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포르투갈을 포함해 11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됐다. 인도양의 프랑스 해외영토 레위니옹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감염 사례는 영국(11건) 독일(4건) 캐나다(5건) 등에서 증가하고 있다. 감염 의심 사례도 프랑스(8건)와 아일랜드(10건) 등에서 조사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오미크론 변이가 유럽 전역으로 번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했다.


부스터샷 접종자도 감염

각국은 일단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9일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미국의 모든 성인이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종전엔 50세 이상 고령자 등에만 접종을 권고했고는데, 권고 수준이 한층 강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그 어떤 변이로부터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백신과 부스터샷 접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에 관해 “모두가 백신을 맞고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봉쇄(정책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영국 역시 부스터샷 대상을 성인 전체로 확대하면서 면역이 약한 고령층 등은 3차 접종 3개월 뒤 4차 접종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프랑스도 27일부터 부스터샷 대상을 모든 성인으로 확대했다. 부스터샷을 맞은 이들도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사례가 소수 나왔지만 증상은 일단 가벼운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오미크론변이 감염자 중 4명은 백신을 3차례 접종한 이들이었다. 감염자 중 3명은 각각 말라위와 남아공, 영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들이었고 1명은 영국 여행자의 접촉자다.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이들이 모두 가벼운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률 낮은 청년층 이하 감염률 높아

오미크론 변이가 급속히 확산 중인 남아공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청년층 이하 연령대의 감염이 특히두드러져 백신이 어느 정도 예방 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현지 매체 IOL에 따르면 와실라 자삿 남아공 국립감염병연구소(NICD) 박사는 30일 “최근 며칠간 감염이 급증했는데, 환자의 대부분은 10~29세”라고 밝혔다. 남아공에서 60세 이상의 백신 접종률은 64%이지만 18~34세 접종률은 26%에 그치고 있다. 남아공에서는 최근 확진자의 90%가량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로 추정된다.

영아들의 입원 증가도 관찰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폭발적으로 퍼지고 있는 남아공 가우텡주(州) 츠와니에서는 입원 환자 중 2세 이하가 약 10%를 차지해, 델타 변이의 유행 당시보다 비율이 높다고 NICD는 밝혔다. 감염된 영아가 경증이어도 부모들은 일단 입원부터 시키는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