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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갈등 폭발, 당대표가 후보에 반기… 당내 “겨울 빨리 왔다”

입력 | 2021-12-01 03:00:00

김종인 영입-선대위 인선 마찰 고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대선을 99일 앞두고 30일 선거대책위원회의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전면 보이콧에 들어갔다. 아래쪽 사진은 전날 이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30일 충북 청주국제공항을 방문해 항공사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충청 민심 행보를 이틀째 이어갔다. 청주=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아슬아슬한 동거를 이어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갈등이 30일 결국 수면 위로 폭발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반대했던 경기대 이수정 교수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 임명안이 관철되는 등 ‘선대위 패싱론’이 제기되자 선대위 활동을 거부하고 지방으로 잠적하는 초강수를 뒀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가 무산된 데 이어 김 전 위원장 영입론을 펼쳐온 당 대표가 대선 후보에게 반기를 들며 선대위 보이콧에 나서면서 윤 후보는 선출 25일 만에 리더십 타격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자리싸움으로 곪을 대로 곪은 선대위 내부 난맥상이 밖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는 당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 李, 초선 만찬 뒤 선대위 활동 거부 초강수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강대식, 김용판, 김승수, 엄태영, 유상범 등 초선 의원들과 저녁 자리를 하는 도중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고 올려 선대위 활동 거부를 시사했다. 1시간 뒤엔 웃으며 엄지를 내려 상대를 야유하는 모습을 그린 이모티콘인 ‘^_^p’을 올리기도 했다. 당 대표실에서 당일 요청해 성사된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의원들과 소주 10병가량을 마셨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와 전화했더니 ‘속상해서 다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다음 날 오전까지 주변에 같은 뜻을 전하며 사실상 당 대표 사퇴 의사까지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중도-청년 표심을 겨냥한 선대위 콘셉트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참모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만 해도 윤 후보와 젊은층을 함께 만났던 그는 자신이 요청한 대변인 등 일부 인선안이 수용되지 않고 ‘패싱론’이 확산되자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특히 ‘윤 후보의 핵심 관계자’(일명 윤핵관)라는 사람이 일부 언론을 통해 이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을 압박하는 강경한 메시지를 연이어 내보내자 이 대표가 격앙됐다”며 “윤 후보의 29일 충청 행보에 이 대표가 동행할 예정이라는 본인 일정도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전했다. 이에 윤 후보 측은 “지난주 금요일(26일)에 이 대표에게 충청 행보에 동행해 줄 것을 사전에 물었다”며 패싱론 진화에 나섰다.

○ 尹, 패싱 논란에 “후보로서 해야 할 일 하는 것뿐”
일단 윤 후보 측은 후보가 취약한 2030세대 등 청년층 지지 확보에 이 대표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이 대표와 갈등을 봉합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이 대표의 서울 노원구 사무실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윤 후보는 이날 청주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패싱 논란 관련 질문에 “잘 모르겠다. 후보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는 것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 측에서는 대선 국면에서 후보가 전권을 갖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이 대표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당무우선권을 둘러싸고 이 대표가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후보의 시간”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끝까지 선대위 활동을 거부하면 ‘강대강’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후보 앞에서 영역 싸움은 부적절하다”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선대위 합류를 보류한 김종인 전 위원장을 어설프게 따라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다만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라디오에서 “(갈등설은) 민망한 일이다. 패싱 논란은 후보에게도 안 좋고, 국민이 보기 좋은 모습도 아니다”라고 했다

○ “3인방이 윤 후보 접근 차단” 선대위 난맥상
하루가 멀다 하고 선대위발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선대위에 겨울(위기)이 빨리 찾아 왔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온다.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이른바 윤 후보의 측근 ‘3인방’ 권성동 윤한홍 장제원 의원이 여의도 정치권 인맥이 옅은 윤 후보 주변을 장악한 것을 대표적 원인으로 꼽고 있다.

당이 자중지란 양상을 보이자 내부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초선 의원 20여 명은 이날 국회에서 총회를 열고 “대선에 임하는 당의 자세와 선대위 시스템의 작동 과정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벌써 ‘문고리(권력)’ 이야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성명에서 “(대선 후보, 당 대표 등의) 지금 언행은 사욕만 가득하고 전략과 시대정신 부재인 무능의 극치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