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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긴축 가속 ‘겹악재’에…국제유가 급락-美증시 출렁

입력 | 2021-12-01 13:34:00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 코트 강당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임 지명 후 연설하고 있다. 2021.11.23.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와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가속화라는 겹악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비틀거리고 있다. 백신의 보급으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던 글로벌 경제는 팬데믹의 장기화 가능성과 인플레이션 및 공급망 충격의 ‘더블 펀치’를 맞고 길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652.22포인트(1.9%) 내린 34,483.7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1.90%, 나스닥 지수도 1.6% 각각 내렸다. 지난달 26일 오미크론의 충격으로 2% 이상 하락했던 뉴욕 증시는 29일에는 반등에 성공했지만 다시 큰 폭으로 고꾸라졌다. 경제 전망이 하락하면서 이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전 거래일보다 5.4% 급락했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산 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밝힌 것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현 상황에서 경제는 매우 강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높아져 있다”면서 “그러므로 나의 견해로는 테이퍼링을 몇 달 가량 더 빨리 마무리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다음 연준 회의 때 의논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이후 매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으로 돈을 풀어오던 연준은 지난달부터 매월 150억 달러씩 매입 규모를 줄여서 내년 중반쯤에는 테이퍼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테이퍼링에 좀 더 속도를 내고 금리 인상 채비를 서두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준이 이처럼 ‘돈줄 죄기’에 적극 나서면 시장에 유동성이 줄어들어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미국 경제매체 CNBC방송은 “파월 의장의 언급을 보면 연준이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대응보다는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변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날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가 “오미크론에 대해 기존 백신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미국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 항체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백신과 치료제의 효능이 떨어지면 세계 각국은 오미크론에 효과적인 백신이 나올 때까지 봉쇄와 격리, 여행제한 등의 조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오미크론 변이는 이미 각국의 여행·이벤트 산업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항공사들이 예약 감소를 겪고 있으며 유럽의 기업 임원들이 출장 계획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미크론 확산이 경제 ‘셧다운’을 장기화시키면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팬데믹이 공장 가동과 제품 생산에 차질을 주면 공급 부족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각국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데다, 세계 경제가 부양책 등으로 어느 정도 회복된 점을 감안하면 오미크론의 타격이 예상보다 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새 변이의 파괴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번에는 경제적 충격이 작년 3월이나 올 여름 델타 변이 유행 때보다는 덜 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견해”라고 보도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