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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입당’‘김종인 불발’…이준석, 윤석열과 벌어진 결정적 장면들

입력 | 2021-12-01 17:39:0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인재 영입 및 운영과 관련해 윤석열 대선 후보측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대회의실 앞에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의 모습이 담긴 당 홍보물이 붙어 있다. 2021.12.1/뉴스1 © News1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를 둘러싼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을 두고 촉발한 갈등은 ‘이준석 패싱’ 논란으로 이어진 끝에 이 대표의 잠적으로 폭발하는 모습이다.

과거에도 두 사람은 신경전을 이어왔다. ‘정치신인’ 윤 후보의 4개월여의 짧은 정치경력에도 사사건건 두 사람은 의견 대립을 하며 여러 차례 갈등 장면을 연출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의 갈등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윤석열, 입당부터 이준석과 갈등…李 지방 일정 간 사이 당사 찾아 입당원서 제출

갈등은 윤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과 함께 시작됐다. 윤 후보는 지난 3월 검찰총장 사퇴 이후 6월30일 정치참여를 선언했다.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정부와 날을 세워 대표적 반문(反문재인) 인사로 거듭난 윤 후보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꼽혔지만, 정치선언 이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계속된 러브콜에서도 독자행보를 이어갔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의 입당을 기정사실화하며 입당 시점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는 7월30일 국민의힘 입당을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당일 오전 당사를 방문해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입당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없앴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동시에 ‘빈집 입당’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표가 지역 일정으로 당사를 비운 사이 윤 후보가 입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대표는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 간담회를 위해 전남 여수·순천을 방문 중이었다. 김기현 원내대표 역시 휴가 중으로, 윤 후보 입당 원서는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이 받았다.

당시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지역 방문일정을 몰랐다며 과잉해석을 경계했다. 또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입당 전에는 윤 전 총장(윤석열 후보)과 통화를 한 바 없고, 서울로 돌아오는 항공편에 착석한 직후 통화가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휴가기간(8월9~13일) 중 입당할 가능성은 없고 들은 바도 없다“며 자신을 패싱한 입당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시 윤 후보의 입당이 8월10일이라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 대표가 자신을 패싱한 입당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한 것이다. 그럼에도 윤 후보가 이 대표의 부재 중 입당을 결행하면서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 尹 대권주자 공식일정 불참…李 ”당 행보보다 무엇이 중요한가“

윤 후보 입당 이후에는 당 행사 참석을 두고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 대표가 경선에 앞서 구성한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8월4일 당내 대권주자 13명이 참석하는 쪽방촌 봉사활동을 진행했는데, 윤 후보는 개인 일정을 이유로 행사에 불참했다.

당시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던 윤 후보가 불참으로 행사는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 ”당 공식 일정을 참석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건 후보의 자유“라면서도 ”당에서 이번 경선 내내 봉사하는 자세로 임하겠단 의지로 임한 첫 출발 이벤트보다 중요한 게 무엇일지 국민께서 의아해할 것“이라고 윤 후보를 직격했다.

이 대표의 경고에도 윤 후보는 다음날 경준위가 개최한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도 불참, 두 사람의 신경전은 고조됐다.

이 시기, 이 대표가 당대표실 산하 대선후보 검증단을 구성하고 단장으로 김진태 전 의원을 내정한 것을 두고도 양측은 신경전을 벌였다.

김 전 의원은 과거 윤 후보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저격수 역할을 했는데, 이를 두고 윤 후보 측에서 윤석열 견제용이란 비판이 나온 것이다.

윤 후보 측근인 권성동 의원은 당시 검증단 역할과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당 대표의) 독단적 결정“이라고 비판했고, 이에 이 대표는 ”운영방식이 확정 안 됐는데도 캠프가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 경선기간 잠잠하던 갈등…김종인·사무총장 등 선대위 두고 폭발

본격적인 당내 경선이 시작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한동안 잠잠했지만,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갈등은 폭발한 모습이다.

윤 후보가 후보로 선출된 직후 당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윤 후보가 측근인 권성동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앉히려는 과정에서 윤 후보 측 일부 인사가 이 대표가 임명한 한기호 당시 사무총장에게 자진사퇴를 압박했다는 소식에 이 대표는 상당한 불쾌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당 사무총장에 권 의원이 임명되며 윤 후보 측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영입을 두고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이 대표는 일찌감치 김종인 전 위원장을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를 구상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거부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에 임명했고, 끝내 김종인 전 위원장 합류는 불발됐다.

이 대표는 김병준 위원장의 역할 변경 등을 주장하며 김종인 전 위원장 합류에 목소리를 높였으나, 김병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선대위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에 이 대표가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것 역시 양 측의 갈등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2030세대, 특히 남성들의 많은 지지를 받는 이 대표는 ‘페미니스트’ 학자로 분류되는 이 교수 영입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아울러 윤 후보의 충청지역 방문 일정과 관련해 ‘이 대표의 동행 사실’이 이 대표에게 전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표 패싱’ 논란이 커졌다. 이 대표는 ”후보 일정을 저에게 미리 보고해야 할 필요 전혀 없지만 적어도 이준석이 간다고 발표하는 일정은 이준석에게 물어보고 결정해달라는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 대표의 잠행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당 리더십 혼란이 길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까지 이 대표가 복귀하지 않은 채 윤 후보가 회의를 주재할 경우 당분간 양측이 냉각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