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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靑 인식 자체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

입력 | 2021-12-02 09:39:00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청와대는 이제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십시오. 코로나19 초기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보호가 이 정권의 목표가 아니었나요? 의료체계에 모든 것을 맡겨 놓으면 환자가 줄지 않을 뿐더러 의료진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손을 내려놓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움직여주십시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이 글은 2일 오전까지 1000명 이상의 공감을 얻는 등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어떤 의미로 글을 올렸느냐’는 물음에 “월요일(지난달 29일)에 있었던 특별방역점검회의에 대한 실망 때문에 올린 글”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상황이 엄중하지만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 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일상 회복을 시작하면서 약속했던 비상 계획을 실행해야 되는 상황인데, 월요일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유행 상황에 대한 통제에 대한 내용은 다 빠져 있고 ‘추후 논의하겠다’는 정도만 나와 있다”며 “‘의료 역량만 확충해서 어떻게 버텨 보겠다’라는 메시지로밖에 전달이 안 되는 내용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의 인식 자체가 지금의 위기 상황에 대해 너무 안일한 게 아니냐”면서 “그 부분이 안타까워서 드린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당초 위중증 환자가 폭증할 경우 정부가 비상 계획을 가동할 것을 약속하고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00명대, 병원에 입원한 위중증 환자가 700명대를 기록하는 등 예측을 뛰어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할 때 ‘어차피 확진자가 늘어나고, 위중증 환자가 늘어날 것’이란 얘기가 됐지만, 거기에 단서 하나 붙인 게 비상 계획”이라며 “감당 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중환자가 발생하면 멈춰서 일단은 유행 상황을 안정화 시키고, 그 다음에 다시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단계적 일상 회복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이미 중환자 범위라든지 입원 환자 범위가 기준을 넘어서는 상황”이라며 “질병관리청의 위기 단계 분석에서 매우 높음 단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상 계획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의 합의 자체를 지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DB

이 교수는 비상 계획의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지도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희가 비상 계획을 세울 때 ‘비상 계획을 가동하게 되면 패키지 형태의 정책 자금들을 반드시 측정하고, 비상 계획과 더불어서 바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한 일용직 노동자처럼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책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는 얘기를 분명히 했었다”며 “비상 계획 자체가 실현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거리두기를 강화할 건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안이 지난주까지만 해도 나와 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수도권 같은 경우에 지금 중환자 자체가 입원도 거의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저희도 다음 주에 병상을 4개 더 확충해서 최대한 노력은 해보려고 하는데, 확충이 되더라도 지금 속도면 확보된 병상들이 다 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