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청와대는 이제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십시오. 코로나19 초기부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보호가 이 정권의 목표가 아니었나요? 의료체계에 모든 것을 맡겨 놓으면 환자가 줄지 않을 뿐더러 의료진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손을 내려놓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움직여주십시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이 글은 2일 오전까지 1000명 이상의 공감을 얻는 등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이 교수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어떤 의미로 글을 올렸느냐’는 물음에 “월요일(지난달 29일)에 있었던 특별방역점검회의에 대한 실망 때문에 올린 글”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상황이 엄중하지만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 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의 인식 자체가 지금의 위기 상황에 대해 너무 안일한 게 아니냐”면서 “그 부분이 안타까워서 드린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할 때 ‘어차피 확진자가 늘어나고, 위중증 환자가 늘어날 것’이란 얘기가 됐지만, 거기에 단서 하나 붙인 게 비상 계획”이라며 “감당 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중환자가 발생하면 멈춰서 일단은 유행 상황을 안정화 시키고, 그 다음에 다시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단계적 일상 회복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이 이미 중환자 범위라든지 입원 환자 범위가 기준을 넘어서는 상황”이라며 “질병관리청의 위기 단계 분석에서 매우 높음 단계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상 계획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의 합의 자체를 지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DB
그러면서 이 교수는 “수도권 같은 경우에 지금 중환자 자체가 입원도 거의 안 되는 상황”이라며 “저희도 다음 주에 병상을 4개 더 확충해서 최대한 노력은 해보려고 하는데, 확충이 되더라도 지금 속도면 확보된 병상들이 다 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