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3.7% 오르며 9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10월 물가 상승 요인이었던 통신비 지원 기저효과는 축소되면서 공공서비스 오름세는 둔화됐지만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오름세가 지속됐다.
농축수산물도 채소류 중심으로 인상 폭이 확대되는 등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의식주(衣食住)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0.6%) 이후 2월(1.1%)과 3월(1.5%) 1%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4월(2.3%)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2% 넘게 상승했다. 10월(3.2%)에는 9년 8개월 만에 3%대로 껑충 뛰더니 지난달 상승 폭이 더 커졌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7.6% 오르면서 전월(0.2%)보다 가격 오름세가 확대됐다. 채소류 가격이 9.3%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도 5.7% 상승했다. 오이(99.0%), 상추(72.0%) 등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축산물 물가는 돼지고기(14.0%), 국산 쇠고기(9.2%), 수입 쇠고기(24.6%), 계란(32.7%) 가격이 오르면서 15.0% 올랐다. 수산물 물가도 0.2% 상승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폭이 커진 것과 관련해 “지난 3월부터 햇상품이 출하되면서 전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가격 상승 둔화 흐름을 보였지만, 이달 지표에서는 채소류 가격이 주로 올랐다”며 “최근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서 작황 부진도 있는 데다가 예년보다 빨라진 김장철 수요 증가로 채솟값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5.5% 상승했다. 2011년 11월(6.4%)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국제유가 상승세 지속으로 휘발유(33.4%), 경유(39.7%), 자동차용 LPG(38.1%), 등유(31.1%) 등 석유류 가격이 35.5% 오른 영향이다. 석유류 가격은 2008년 7월(35.5%)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빵(6.1%) 등 가공식품도 3.5% 올랐다.
전기료(2.0%), 상수도료(0.9%), 도시가스(0.1%) 등도 모두 오르면서 전기·수도·가스는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고등학교납입금(-99.9%)과 10월 물가를 끌어올렸던 통신비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공공서비스 물가는 0.6% 상승률로 전월(5.4%)보다 상승 폭이 둔화됐다.
반면 공동주택관리비(4.3%), 보험서비스료(9.6%) 등 외식 외(2.3%)와 생선회(9.6%), 구내식당 식사비(4.4%) 등 외식(3.9%)이 모두 오르면서 개인 서비스 물가가 3.0% 상승했다. 2012년 1월(3.1%)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외식 물가는 재료비 인상이 작용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농축수산물, 석유류, 개인 서비스가 물가 상승률에 2.9%포인트(p)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물가 상승률의 78.7%에 해당한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2% 상승했다. 2011년 8월(5.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올랐다. 지난 9월(-2.5%), 10월(-7.5%) 하락하다가 3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됐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3%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1.9% 올랐다.
어 심의관은 앞으로의 물가 전망에 대해 “국제유가나 곡물값, 원자재 가격 추이를 볼 때 공업 제품 오름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개인 서비스도 방역체계 전환, 소비 심리 회복 등을 볼 때 다음 달도 오름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유류세 인하 조치 등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보이면서 석유류 가격은 둔화되는 등 이달 지표보다는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