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인재 영입과 운영 방향을 놓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이준석 대표는 2일 제주를 찾았다. 이 대표는 지난 11월 30일부터 모든 공식 일정을 취소한 채 부산·여수·순천에 이어 오늘 제주까지 방문하면서 사실상 3일째 당무 거부에 들어간 셈이다. 윤 후보의 선대위 인선에 대한 불만을 품은 이 대표의 ‘시위 잠행’이 장기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의 제주에서 공식적인 일정은 확인되지 않지만 오임종 4·3 유족회 회장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에는 선대위 회의가 예정됐었으나 이 대표가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함에 따라 선대위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무력시위 이틀 차…장제원 의원실 기습방문·여순 유족 만남
이 대표는 이날 장 의원실을 찾아 당원 증감 추이 등 지역 현안과 관련해 당직자들과 대화를 나눴다고 전해졌다. 다만 장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 있어 두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윤 후보의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장 의원 사무실의 기습방문을 두고 이 대표가 선대위 인선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윤 후보는 지난 1일 충남 천안시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장 의원 사무실 방문에 대해 “당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기로는 이 대표는 당무를 거부한 상태도 아니고, 부산에 리프레시하기 위해 간 것 같다”며 “부산에서 계속 선거운동 계획과 시행방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 당무와 선대위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태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이 대표는 전남 순천으로 이동했다.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 변호사는 2일 MBC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와 호남 민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 대표는) 특히 이번에 대선승리를 위해선 호남에서 기존 대선들에 비해서 큰 지지를 얻지 않으면 어렵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천 변호사는 “이 대표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위기감”이라면서 “이대로 가선 대선에 이길 수 없다라는 것이다. 첫 번째는 크게는 방향성이고 두 번째는 인선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갖는 위기감에 대한 내용에 대해 “지금 아무 제대로 된 타깃팅이나 콘셉트 없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그러니까 모든 토끼를 잡겠다는 식의 안철수식의 선거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이콧 첫날은 부산행…지역 현안과 선대위 고민 상담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7시55분께 기자들에게 “금일 이후 이준석 당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되었다”며 “당 관계자 등 언론에서 보도되는 당대표 관련 모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지했다.
전날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남긴 뒤 약 50분 후에는 ‘^_^p’라는 이모티콘을 올렸다. 의미를 두고 해석은 분분했지만, 이 대표의 선대위 인선과 방향에 대한 불만이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당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 해운대구 한 식당에서 이성권 정무특보와 저녁식사를 가진 후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만나 지역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선대위 역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뒤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대표는 윤 후보와 직접적인 소통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대표의 시위 잠행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 변호사는 2일 라디오에서 현재 이 대표와 윤 후보가 직접 소통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아마 직접은 아닌 거 같다. 윤 후보도 직접 연락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이 대표도 휴대전화를 꺼놨지만 동행하고 있는 분들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실질적이거나 깊이 있는 의사소통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윤 후보의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 역시 2일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와 연락이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권 총장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이준석 대표의 당무 거부 사태에 대해 “윤 후보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