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버지를 살해한 뒤 사고사라고 주장한 전직 국가대표 권투선수가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이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검찰은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양형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존속살해 혐의를 받는 A(21)씨는 아직 항소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9명의 배심원단은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다. 배심원 9명 가운데 5명은 A씨에게 징역 7년을, 2명은 징역 10년, 1명은 징역 15년, 나머지 1명은 징역 16년을 선택했다.
A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를 폭행해 살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배심원 9명이 모두 공소사실을 유죄로 평결했고, 법원이 조사한 증거들에 비춰보면 미필적으로나마 살해할 고의를 가지고 살해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반인륜적 범죄이다”며 “이 사건 범행은 A씨가 친아버지인 B씨에 대한 불만을 품고 폭행해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다.
이어 “B씨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겪었을 고통이 매우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A씨가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B씨가 다른 친족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동거를 시작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그는 당일 ”아버지가 쓰러졌다“며 119에 신고했으며, 공동대응으로 출동한 경찰은 B씨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결과 B씨의 다발성 장기손상이 확인됐고, 늑골 및 갈비뼈 등 온몸에서 골절상이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법의학자 등으로부터 ‘타살의 혐의점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전달받고 5개월가량 내사를 벌여 A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구속했다.
A씨는 아버지와 단둘이 지낸 것으로 파악됐으며, 평소 외출할 때 뇌경색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방에 가두고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뇌병변으로 인해 영양상태의 균형이 필요한 아버지에게 컵라면과 햄버거 등의 간편 음식을 주로 제공하고, 4개월여간 단 한 번도 씻기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