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를 앓던 아버지를 살해한 뒤 사고사라고 주장하다 5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힌 국가대표 출신 전직 권투선수가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검찰이 1심 결과에 불복하며 항소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1일) 검찰은 양형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속살해 혐의를 받는 A 씨(21)는 아직 항소하지 않았다.
앞서 A 씨는 지난 1월 4일 인천시 미추홀구 자택에서 아버지 B 씨(55)를 여러 차례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사건 발생 당일 오전 “아버지가 숨졌다”며 스스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B 씨는 자택 베란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버지를 폭행하거나 살해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B 씨와 단둘이 지낸 A 씨는 평소 외출할 때 몸이 불편했던 아버지를 방에 가두고는 문고리에 숟가락을 끼워 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B 씨는 살해당하기 직전 15일 이상 집 밖에 나온 적이 없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 전원은 A 씨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이들 중 4명은 A 씨에게 징역 10∼16년을, 나머지 5명은 징역 7년을 선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이규훈)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반사회적·반인륜적 범죄”라며 “피고인은 불만을 품고 친아버지인 피해자를 살해했고 범행 동기 등을 보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라고 판단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