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에서 여중생이 또래 여중생 4명에게 6시간 동안 집단폭행을 당한 뒤 동영상까지 유포된 사건과 관련, 경찰의 사전 대응 미흡이 사건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3일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양산 시내 한 빌라에서 몽골 출신인 중학교 1학년 A 양(13)이 또래 여중생들로부터 손과 다리를 묶인 채 속옷차림으로 집단폭행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가해학생들은 이를 동영상에 담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유포하기도 했다.
다만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더라면 적어도 A 양 집단 폭행과 동영상 유포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게 피해 학생의 주장이다.
하지만 당일 오후 6시 30분경 A 양의 이모가 경찰에 가출 신고를 하고, 범행 장소인 빌라를 찾았는데 이때 A 양은 이모를 피해 베란다 세탁기 옆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엄마와 싸우고 집을 나온 A 양이 이모에게 들켜 집에 돌아가는 것이 싫어 숨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은 조카를 찾지 못한 A 양의 이모는 그곳에 있던 가해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훈계 과정에서 욕을 듣자 흥분해 가해 학생 중 1명의 뺨을 때렸다. 이에 가해 학생들이 경찰에 폭행 신고를 넣었다.
이로써 이모의 가출 신고와 가해 학생들의 폭행 신고를 각각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경찰은 내부 안방과 화장실만 살폈을 뿐 베란다 세탁기 뒤에 있는 A 양을 발견하지는 못했고, 세 차례나 현장을 찾았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단순 실종 신고에는 영장 등 강제 수사 권한이 없어 당시 현장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이후 이날 오후 10시 10분경 A 양의 이모는 “A 양의 위치를 추적해달라”고 요청해 경찰이 A 양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했지만 전화가 꺼져 있어 끝내 찾지 못했다.
이후 조사과정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다. 집단 폭행 사건 다음날 A 양 측은 인근 지구대를 찾아 피해 내용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조사는 약 한 달 뒤인 8월 13일경 이뤄졌다. 피해자인 A 양에게 출석 요구를 했지만 오지 않았고, 강제 소환을 할 수 없었다는 게 경찰의 해명이다.
또 경찰관계자는 “압수수색영장을 가지고 간 게 아닌데다 가정불화로 나간 여러 번의 단순 가출이력이 있어 제대로 확인 못한 부분이 있다”며 “한 달 동안 피해학생이 출두하지 않아 진정서 반려 등으로 조사를 하기 위해 취한 조치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가해학생 중 2명을 지난 10월 28일 검찰에 송치했다.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다른 2명은 앞서 10월 1일 울산지법 소년부로 넘겼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