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67)가 2일(현지 시간) “증오, 폭력, 음모론 등 가짜정보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또 올라프 숄츠 차기 총리 후보자(63)가 이끌 새 정부에 “많은 성공을 거두기 바란다”고 덕담했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수도 베를린 국방부 청사 앞에서 열린 ‘그로서 차펜슈트라이히’ 행사에서 “민주주의는 사실에 대한 신뢰, 비판과 문제를 바로잡는 능력, 상호 존중과 균형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증오와 폭력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여기는 곳에 살고 있다. 증오에 맞서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그로서 차펜슈트라이히는 총리, 대통령, 국방장관 등이 물러날 때 연방군을 사열하는 일종의 퇴임식 행사다. 16세기 말 작센지방 군악대가 군인들에게 맥주통 꼭지를 두드리며 취침을 알린 것에서 유래했다. 행사의 주인공에게는 군악대가 연주할 3개의 음악을 고를 권한이 주어진다. 메르켈 총리는 펑크록 ‘넌 컬러 필름을 잊었어’, 찬송가 ‘주 천주의 권능과’, 독일 가요 ‘날 위해 빨간 장미 비가 내려야 해’를 신청했다. 특히 그는 첫 번째로 연주된 ‘넌 컬러 필름을 잊었어’를 들으며 잠시 눈물을 글썽였다. 유명 펑크록 가수 니나 하겐(66)이 부른 곡으로 메르켈이 자란 동독에서 1970년대에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16년간 보내준 신뢰에 진심으로 고맙다. 신뢰는 정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을 늘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볼 것을 추천한다”는 말을 끝으로 약 9분간의 연설을 마쳤다.
이날 행사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아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워 국방장관, 숄츠 차기 총리 후보자 등이 참석했다. 통상 총리의 그로서 차펜슈트라이히에는 최소 600명 이상이 참석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등의 여파로 약 200명만 참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