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좋아하세요?/구효서 지음/288쪽·1만3000원·문학수첩
초반부만 읽으면 ‘소설을 가장한 맛집 기행문’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대학 시절 먹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단팥빵’을 먹어보고 죽겠다는 암 환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국의 단팥빵 맛집을 소개하는 기행문 말이다.
폐암 말기인 경희와 딸 미르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날아온다. 경희가 그토록 먹고 싶어 하는 단팥빵을 파는 빵집이 대전에 있어서다. 그러나 빵집은 없어진 지 오래. 모녀는 전국 투어를 시작한다. 경희는 유명 단팥빵을 먹을 때마다 고개를 젓는다. 전국을 돌다 다다른 곳은 전남 목포의 빵집. ‘전설의 단팥빵’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단팥빵 빼고 다 판다. 초고수가 자신이 만든 단팥빵 맛이 변했다며 10년 전 사라지면서 단팥빵이 ‘영구 결번’이 된 것. 미르는 이 빵집 종업원으로 취직한다. 초고수의 흔적이라도 찾겠다면서.
소설 속 단팥빵 묘사를 읽고 있으면 이를 먹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작가의 말을 통해 ‘빵이 너무 좋다’고 밝힌 저자가 소설 형식을 빌려 그간 하고 싶었던 빵 이야기를 다 풀어놓은 것 같다.
저자 역시 과도하게 독특하거나 실험적인 문체로 자기만족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따갑지는 않으나 결만큼은 충분히 예리해진 6월의 햇살’처럼 공감을 자아내는 세밀한 묘사가 많다. 미르, 경희, 정길 등 세 사람의 시점에서 각각 쓰인 구성과 경희의 숨은 사연에 관한 단서를 하나둘 던지며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모습을 보면 30여 년간 소설을 써온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탄탄한 서사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문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을 읽고 나면 초반부만 보고 단팥빵을 사먹어 버린 게 민망해진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