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원 2조 늘려 10조 책정, SOC예산 28조… 대선前 돈풀기 野 반대한 경항모 예산 72억 포함 국세 수입, 4조7000억 높게 잡아… “선심성 사업 늘리려는 의도” 지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해인 내년도 예산이 역대 최대 규모인 607조7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임기 5년간 200조 원 이상 늘어 사상 처음으로 600조 원을 넘어섰다.
내년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등 현금성 지원 예산이 대폭 늘고 정치권의 ‘지역구 챙기기’가 많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역대 최대인 28조 원으로 확정됐다. 국가채무도 문 정부 5년간 400조 원 넘게 불어 내년 사상 첫 1000조 원 시대를 열게 됐다.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이 되는 것도 처음이다.
○ 대선·지방선거 앞두고 선심성 예산 잇달아
국회는 3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내년 예산(총지출)을 올해 본예산 대비 49조7000억 원(8.9%) 늘어난 607조7000억 원 규모로 의결했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본예산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07조2000억 원(51.7%) 급증한 규모다. 여야 합의에 진통을 겪으면서 법정 기한을 하루 넘겨 여당이 단독 처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증액을 주장한 지역화폐 지원 예산은 정부안(2403억 원)보다 대폭 늘어 6053억 원으로 정해졌다. 발행 규모 기준으론 6조 원에서 15조 원으로 늘었고, 지방자치단체 재원을 더하면 30조 원이다.
정치권의 ‘끼워 넣기’ 사업이 대거 포함되면서 SOC 예산도 정부안보다 4000억 원 증가했다. 특히 국회의 전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틀어지는 원인이 됐던 해군의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비(72억 원)도 그대로 포함됐다. 당초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합의로 관련 예산을 삭감했지만 민주당이 단독 처리로 되살린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경항모 도입을 임기 말이라도 추진하려는 청와대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심화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복지 정책을 확대하면서 보건·복지·고용 관련 예산은 217조7000억 원으로 처음 200조 원을 넘어섰다.
○ 내년 나랏빚 처음으로 GDP 절반
정부는 2023∼2025년 예산(총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제한해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도 2025년 국가채무비율은 재정준칙의 관리 기준선인 6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나라살림 규모를 더 늘릴 가능성도 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줄이기 위해 내년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자제하고 증세 등 세입 확충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내년 국세 수입이 정부가 9월 제출한 것보다 4조7349억 원 증액된 것도 논란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납부를 미뤄줬던 소상공인 세정 지원 효과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선심성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세목별로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정부안보다 각각 1조1570억 원, 1조4246억 원 늘었다. 종합부동산세 세수도 내년 7조3828억 원으로 기존 예상보다 7528억 원 더 걷힐 것으로 봤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