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이제 변수 아닌 상수… 실물 소비 위축 가능성 낮아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8.5%(3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세계 GDP 관점에서 봐도 중국(17.8%)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16.6%). 미국 소비 변화에 따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 대란 등으로 인한 주요 품목 가격 상승, 기업의 할인 품목 축소 등 과거에 비해 우호적이지 않은 경제환경에서 미국의 연말 소비 시즌이 어떠한 결과를 낼지 예측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세계 GDP 16.6% 차지 美 민간소비
우선, 주요 데이터 조사기관이 수행한 연말 예상 소비 데이터는 긍정적이다. 전미소매협회(NRF)는 올 연말 소비 시즌 매출(온오프라인 합산)이 전년 대비 8.5~10.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온라인 소비를 분석하는 어도비 애널리틱스도 10%대 온라인 매출 성장 전망을 제시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연말 온오프라인 전체 소비가 3년 평균 3.6%대 성장하고 온라인 소비가 3년 평균 15.0%대 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올 연말 소비 전망은 양호하다. 11월 초 시행한 갤럽(Gallup) 조사에서도 올 연말 소비 시즌 인당 예상 평균 지출액은 837달러(약 100만 원)로 지난해 805달러(약 95만 원) 및 최근 10년 평균 821달러(약 97만 원)를 웃돌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물류대란 등에 따른 재고 부족으로 지난해에 비해 주요 소비제품 할인율이 낮아졌음에도 미국인의 소비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지난해 3월 전면적 봉쇄 조치로 경제충격에 빠질 뻔했던 경험을 고려할 때 미국이 위드 코로나 기조를 철회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백악관 역시 유럽 국가와 달리 경제활동을 중단시키지 않고도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미국 내 코로나19 재유행이 봉쇄 조치를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실물 소비를 위축시킬 개연성은 낮다. 또한 미국 제약사 화이자도 신규 변이 백신을 6주 안에 개발하고 100일 이내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힌 만큼, 대유행 초기와 달리 시장 충격은 장기화하지 않을 전망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이제 실물경제에서도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은 것으로 판단된다.
美 소비 의존도 높은 韓 수출
최근 고물가 현상이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상승을 유발했으며, 향후 실질 구매력(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구매력)까지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고물가 현상을 유발한 핵심 요인 두 가지를 꼽으라면 공급난과 유가 급등이 있는데, 먼저 공급난 우려는 정점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공급난을 해소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국 공장의 생산 능력 확대,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공장 가동률 향상, 미국 서부 항만 내 정체 선박 감소 등 주요국에서 점차적으로 해소 시그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미국 소비자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완화해줄 수 있는 요인들이다.결론적으로 고물가, 코로나19 대유행 및 신종 변이 등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사이클 강화 불안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상존하지만 11월 25일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된 전자기기, 가전 등 IT(정보기술) 제품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연말 소비 시즌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이는 미국 소비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한국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미국 소비경기는 한국 수출에 선행하는 경향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내년 한국 수출이 역(逆)기저효과, 미국 소비 위축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예상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의 대표 소비지표이자 한국 수출 선행지표인 소매판매는 10월과 유사하게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그래프2 참조). 따라서 향후 미국 증시뿐 아니라 한국 증시에도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7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