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0~11월 히로히토(裕仁·1901~1989) 당시 일왕이 태평양전쟁 개시를 각오하는 태도를 측근에게 드러냈다는 기록이 공개됐다고 아사히신문이 5일 보도했다. 같은 해 12월 8일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면서 태평양전쟁은 시작됐는데 일왕이 전쟁 결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사료가 될지 주목된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 고위직인 시종장(侍從長)을 지낸 햐쿠타케 사부로(百武三郞·1872~1963)는 당시 일기에 일왕 면담자로부터 들은 내용을 적었다. 1941년 10월 13일 일기에는 “히로히토를 면담한 마쓰다이라 쓰네오(松平恒雄) 궁내대신으로부터 ‘바짝 다가온 시기에 대해 이미 각오하신 것 같은 모습’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됐다. 또 히로히토의 마음이 앞서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이는 기도 고이치(木戶幸一) 내(內)대신이 “가끔 선행하는 것을 만류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햐쿠타케는 같은 해 11월 20일 일기에서 ‘폐하의 결의가 지나친 것처럼 보인다’, ‘외상 앞에서는 어디까지나 평화의 길을 다해야 한다는 인상을 주는 발언을 하도록 부탁했다’는 기도의 발언 역시 적었다. 이 일기는 햐쿠타케의 유족이 도쿄대 대학원 법학정치연구과의 근대일본법정사료센터에 기탁하면서 알려졌됐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