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후 8시 메타버스 플랫폼 개더(Gather)에서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장(80)의 이름을 딴 ‘송상현 타운’의 개소식이 열렸다. 이날 송상현 타운을 찾은 아바타 100여개를 조작하던 참석자들은 50대에서 80대에 이른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들이 대부분으로 현병철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77),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76) 등이 축사를 했다.
송 전 소장의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 제자들은 지난 30여 년간 스승의 날, 연말 그리고 설날에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져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해 예정됐던 송 전 소장의 팔순 회고록 출판기념회가 무산되자 제자들은 송상현 타운을 구상했다. 이중기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57),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0), 김상헌 우아한형제들 부회장(58), 강성 카카오 수석부사장(52), 정재훈 구글코리아 선임정책자문(57) 등 학계와 재계를 망라하는 인사들이 주축이 됐다.
제자들은 저마다 송 전 소장과의 특별한 추억을 회상했다. 이중기 교수는 조교 시절 송 전 소장과 학회가 끝나는 날마다 찾던 관악구 봉천동의 한 콩나물국밥집 모주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해외 출장을 다녀오시면 제자들에게 선물을 가져다주셨다”며 “영국 유학 시절 런던으로 찾아오신 교수님이 주신 500달러로 386 컴퓨터를 구매해 박사논문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송 전 소장님이 장학회와 하버드 로스쿨 유학을 위한 추천서를 써주셨다”며 “절대 추천서 내용을 보여주지 않고 밀봉해서 곧바로 보내는 걸로 유명하다”고 했다.
송 전 소장은 팔순이 지난 나이에도 메타버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송상현 타운의 기술적 지원을 담당한 김 부회장은 “법조인들이 보수적인데다 참여 인사들의 연령대도 높아 당연히 ‘어떻게 이런 것을 하냐’는 반응이 있을 줄 알았는데, 모두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