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단독]교묘해진 SNS ‘뒷광고’… 유명인 대신 일반인 동원

입력 | 2021-12-06 03:00:00

대가 받은것 알리지 않고 상품 홍보
올 4~9월에만 1만8000여건 적발
유명인 규제에 일반인 뒷광고 늘어




기업 등에서 돈을 받고 만든 광고라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상품 등을 홍보한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뒷광고’가 올해 2·3분기(4∼9월)에만 1만8000여 건이 적발됐다. 직장인 등 일반인들까지 뒷광고 유혹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10월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쟁커뮤니티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9월 공정위가 자진 시정을 요청한 뒷광고가 1만806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SNS별로는 인스타그램에서 전체의 54.2%(9787건)가 적발됐다. 네이버 블로그가 43.6%(7869건)를 차지했다.

뒷광고는 광고주에게 대가를 받았지만 이를 표시하지 않거나 알아보기 어렵게 제작한 광고성 게시물을 말한다. 일반 이용자 후기처럼 보여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스타 유튜버를 중심으로 뒷광고 논란이 일자, 공정위는 지난해 9월 광고 콘텐츠엔 광고임을 명시하도록 규정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마련했다.

이후 감시가 강화된 유명인들의 뒷광고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일반인들의 뒷광고가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종숙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 과장은 “뒷광고를 방지할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뒷광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약하다”고 했다.



광고 표시않고 ‘내돈내산’인척… ‘SNS 뒷광고’ 하루 100건 적발
일반인들까지 ‘후기 뒷광고’ 동원
공정위, 분유제조 등 170곳 시정조치
“상품구매 영향력, TV 광고보다 커”



“요즘 아침 대용으로 먹고 있는데 달달하게 맛있어요.”

블로거 A 씨는 몇 달 전 네이버 블로그에 직접 구입했다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상세하게 소개했다. 그는 ‘저녁에 타 놓고 출근할 때 가져간다’며 일상에서 이 제품을 이용하는 사진도 여러 장 올렸다. 이 글엔 ‘체지방을 줄인다’ ‘다이어트도 하고 단백질은 보충한다’는 댓글도 달렸다. 자연스러운 사용 후기처럼 보이는 이 글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한 회사가 대가를 약속하고 의뢰한 ‘뒷광고’였다.

대가를 받고 상품 등을 홍보하면서 광고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뒷광고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지 대책에도 여전히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직장인 등 일반인까지 평범한 후기처럼 포장된 뒷광고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뒷광고, 하루 100여 건 시정 조치
5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을 통해 올해 4월부터 6개월간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 등 SNS상의 뒷광고에 대해 하루 평균 100여 건의 자진시정을 요청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뒷광고임을 명시하도록 규정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마련하고 올해 4월부터 인터넷광고재단을 통해 뒷광고를 적발하고 있다.

적발된 뒷광고 대상 기업은 분유 제조, 제약, 식음료, 화장품, 건강보조제품 판매 등 170여 곳이었다. 한 건강식품 및 화장품 제조·유통사는 공정위의 시정 요청으로 수정한 인스타그램 뒷광고만 760여 개에 이른다. 지난해 공정위가 대책을 마련했는데도 기업들이 뒷광고로 은밀히 상품을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제재 대상 뒷광고는 광고 표기 자체를 아예 하지 않거나 광고임을 표기하더라도 문구를 작거나 흐릿하게 표시하는 경우다. 일부는 ‘Sponsored’, ‘Ad(Advertisement)’같이 영어로 대가를 받았거나 광고라는 점을 표기했다.

과거에는 뒷광고 제작자가 유튜브 등의 유명 인플루언서였지만 최근에는 일반인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광고재단이 올해 8월 SNS로 마케팅을 하는 10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대상자의 48.8%가 일반 직장인이었다. 이어 주부(17.7%), 학생(7.4%)들이 많았다. 전업 인플루언서나 마케팅 종사자는 15.3%에 그쳤다.

일반인이 뒷광고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터넷광고재단의 SNS 마케터 설문조사에서도 광고라는 점을 감추기 위해 ‘광고성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응답이 25.6%를 차지했다. ‘(광고임을 숨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한 비중(28.6%)과 비슷했다.

○ “광고주·플랫폼 규제 강화해야”

뒷광고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 후기로 가장해 소비자의 객관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SNS 후기’가 소비자의 상품 구매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5점(매우 영향을 준다) 만점에 3.53으로 TV광고(3.25)나 매장광고(3.04)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은밀한 뒷광고를 제안하는 광고주나 뒷광고를 방치하는 플랫폼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통 마케팅 업체가 기업 의뢰를 받아 뒷광고를 의뢰하기 때문에 제재 대상은 뒷광고로 이익을 보는 기업보다는 영세한 마케팅 회사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과 일반인은 규제 대상인 사업자로 보기 어려워 제재가 힘든 문제도 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인은 뒷광고에 대한 경각심이 덜할 수밖에 없다”라며 “일반인에게 광고를 의뢰하는 광고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뒷광고 공급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