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애진·경제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창립기념일 휴일인 3일 오후 보도자료 하나를 배포했다. 2일 기준 4인 가족(배추 20포기)의 김장 비용이 33만1356원으로 지난달 25일에 비해 1.1% 하락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뒤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8.5% 올랐다는 점을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날 본보는 ‘aT가 매년 발표하던 김장 비용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기자가 1일 전화로 문의했을 때 aT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해 올해는 자료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배추값이 작년 대비 40% 이상 치솟아 소비자 정보 제공을 중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 보도가 나간 직후, 직원들이 쉬는 휴일에 올해 첫 김장 비용 보도자료를 뿌린 것이다.
이틀 만에 말을 번복하고 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 aT 측은 “한국물가협회 등에서 비슷한 자료가 많이 나와 발표 시기를 늦추려던 건데 전달이 잘못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aT는 매년 한국물가협회 등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자료를 냈다.
소비자들은 식품 가격이 안정됐을 때보다 급등할 때 가격 정보에 더 관심을 가진다. 특히 배추값이 급등한 올해는 국내 농산물 유통정보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인 aT의 김장 정보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꽤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aT는 김장이 다 끝나가는 12월 초에 올해 첫 김장 비용을 발표하고, 발표도 하지 않은 지난달 25일 김장 비용과 비교해 하락했다는 내용을 부각했다. aT는 소비자보다 물가당국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를 되새겨 보길 바란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