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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4일제, 업무 전문성 못 키워” vs “덜 일하고 더 배워야 미래산업 적응”

입력 | 2021-12-06 03:00:00

극과극 시즌2〈3〉노동정책
산업환경 급변, 경쟁 심화엔 공감
최저임금 인상 놓고 찬반 논쟁도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임건백 씨(왼쪽)와 진대연 씨가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주 4일제를 두고 찬반으로 갈렸던 두 사람은 근로자에게 더욱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는 노동 환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에선 같은 시각을 보였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주 4일제를 도입할 게 아니라 노동 시간을 오히려 늘려 업무 전문성을 키워야죠.”(임건백 씨·42)

“주 3일의 휴일이 있어야 새로운 산업에 적응하기 위한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요.”(진대연 씨·3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 유연한 형태의 근무가 확대되면서 주 4일 근무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이 단순·반복 노동을 도맡게 될 미래에는 인간의 노동 시간이 필연적으로 줄어들 거라고 입을 모은다. 주 4일 근무제는 일부 대선 후보의 공약으로도 제시되고 있다.

주 4일 근무제는 현재 최대 주 52시간인 법정근로시간을 줄여 휴일을 현행 2일에서 3일로 하루 늘리는 것이다. 지금의 주 5일 근무제는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정해진 2004년 이후 17년간 이어져 왔다.

‘극과 극이 만나다 시즌2’ 3회에서는 고용노동 정책의 핵심인 노동 시간과 최저임금에 대해 다룬다. 외국계 기업에서 관리자로 일하는 임건백 씨(42)와 진대연 씨(39)가 주 4일 근무제를 두고 토론을 벌였다. 두 사람은 찬반으로 의견이 갈렸지만 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게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는 점에는 같은 시각을 보였다. 근로자들이 치열하게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놓고는 식당 주인 장동조 씨(52)와 비정규직 청년 박청담 씨(33)가 마주 앉았다. 동조 씨는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내려야 한다”고 한 반면 청담 씨는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으면 많은 청년들이 극빈곤층으로 전락한다”고 했다.



“근무시간 늘려야 전문성 향상 기회 몸값도 오르겠죠”
vs “주4일만 일하고 끊임없이 배워야 미래산업에 적응”
극과극 시즌2〈3〉노동정책-주4일제
“주4일제 반대” 지사장 vs “주4일제 찬성” 총괄매니저


임건백 씨(왼쪽), 진대연 씨




#임건백 씨(42): 영국계 의료기기 판매 업체 한국지사장. 2004년 국내 벤처기업 해외사업부에 입사해 지금이 5번째 직장. 일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자기계발이라고 믿고 있음. 주 4일 근무제 도입으로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 업무 전문성을 쌓을 기회도 줄어들어 근로자에겐 손해라고 생각.

#진대연 씨(39):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매니저. 2012년 정보기술(IT) 기업 입사 후 줄곧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일함. 근무 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업무를 효율화하면 노동 생산성이 줄지 않는다고 믿고 있음. 주 4일만 일하면 자기계발을 할 기회가 늘어 근로자에게 이득이라고 생각.


주 4일 근무제는 현행 주 40시간, 최대 52시간으로 규정돼 있는 법정근로시간을 줄여 근로자에게 휴일을 하루 더 주는 제도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 유연근무가 확대되면서 주 4일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가 주 4일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시각이 엇갈리는 진대연 씨와 임건백 씨는 경력의 대부분을 외국계 기업에서 쌓았다. 두 사람 다 근로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해 왔다. 하지만 이들에게 자율은 곧 책임을 의미한다. “성과가 없으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것”이라고 두 사람은 웃으며 말한다. 자율적이면서 경쟁이 치열한 외국계 기업에서 사원으로 시작해 관리자에 오른 두 사람에게 주 4일 근무제와 미래의 노동 환경에 대해 물었다.

○ “성장 기회 회사에 있어” vs “일 줄여야 자기계발 기회”
▽건백=요즘 인공지능(AI)이 도입돼서 인간의 노동력이 점점 가치를 잃고 있다고 하죠. 기계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주 4일제를 하자고 할 게 아니라 오히려 1시간이라도 더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대연=글쎄요. 요즘은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잖아요. 주 4일제를 도입해서 근로자에게 남는 3일간 자기계발을 통해 몸값을 높일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백=자기계발은 회사를 통해 하면 제일 좋은 것 아닌가요. 특히 신입으로 채용된 20, 30대 직원들은 주 40시간이 아니라 80시간씩 일하는 게 더 이득일 수 있어요. 전 26세에 입사해 6년간 일한 벤처기업에서 해외 영업 업무의 기본을 배웠어요. 그걸 바탕으로 지금까지 성장했다고 생각하고요.

▽대연=적성에 맞는 회사에 들어간 사람이라면 그렇겠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적성과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주 4일제가 도입되면 남는 3일 동안 자기가 원하는 걸 해볼 기회가 생기는 거죠.

▽건백=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자기계발을 온전히 개인에게 맡기는 건 분명히 어려움이 있죠. 3일간 쉬면서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한 트레이닝을 해서 성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는 운동도 좋아하고 취미도 많지만 제가 제일 잘하고 전문성을 갖는 건 제 일이거든요. 일에서 전문성을 키우는 게 근로자가 시간과 노력을 아끼며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죠.

▽대연=요즘은 유튜브 등을 통해 정보 습득이 되니 재교육 비용이 낮아졌어요. AI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것의 의미는 인간이 할 일이 없어진다는 게 아니라, 힘들고 단순 반복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거든요. 그렇게 생긴 남는 시간에 새로운 걸 배워서 새 산업에 적응할 시간이 생기는 거죠.

○ “20대, 50대 채용 줄 것” vs “창업 늘어 고용 창출”
▽대연=주 4일 근무제는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기존 근로자들의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기업들은 고용을 늘려야 하겠죠.

▽건백=과연 기업들이 채용을 늘리려고 할까요? 고용에 드는 비용이 늘어난 만큼 이미 일하고 있는 직원의 업무 강도를 높여서 노동 생산성을 유지하려고 할 거예요. 만약 채용을 하더라도 고강도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만 뽑으려고 할 겁니다. 지금도 30, 40대 경력직은 취업이 잘돼요. 문제는 20대 신규 채용과 50, 60대 재취업이죠. 숙련되지 않은 20대를 신규 채용하는 것과, 몸값이 높은 50대를 재취업시키는 건 기업 입장에선 손해죠.

▽대연=대기업에 입사한 능력 있는 청년들 중엔 일을 그만두고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요. 주 4일제로 여유가 생기면 이런 현상이 더 활성화될 거예요. 스타트업은 1곳만 성공하더라도 고용이 폭발적으로 발생하거든요. 늘 사람이 모자라기 때문에.

▽건백=재취업을 원하는 50, 60대도 스타트업에 취직이 될까요? 이분들은 새롭게 쏟아지는 매체나 플랫폼에 익숙해지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텐데요.



○ “임금 감소 필연적” vs “정부가 보전해야”
▽건백=노동 시간이 줄어들면 임금 감소가 필연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거예요. 임금이 줄어들어도 노동자들이 주 4일제를 반길까요?(기업정보 공유 플랫폼 ‘잡플래닛’이 3월 직장인 6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3.1%가 “월급이 줄어든다면 주 4일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

▽대연=초기엔 임금이 감소될 수 있겠죠. 그 부분은 정부에서 기업에 지원을 해줘서 채용 규모와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아요.

▽건백=공기업도 아니고 사기업 임금까지 정부가 보장해줄 수가 있을까요. 정부 예산을 전부 쏟아부어도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은데요.

▽대연=주 4일만 일해도 효율성을 높이면 생산성은 줄어들지 않을 수 있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지사는 주 4일제를 도입했더니 생산성이 40% 늘어났다고 해요. 미국 전체 기업 중 4분의 1 정도는 이미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죠.(2019년 미국인사관리협회(SHRM)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전체 기업 27%가 주 4일제를 도입했음)

▽건백=주 4일제를 도입하면 고용도 창출되고 임금도 유지된다는 건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발생할 수 있는 역효과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본 뒤에 정책을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연=그건 그렇죠. 저도 정책을 도입하기 전에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은 주 4일 근무제에 대해 “단순히 휴일이 하루 더 늘어나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제도”라고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 주 4일제 도입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는 것 자체가 근로자들이 치열하게 적응력을 키워야 하는 미래의 노동 환경이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건백=노동 시간을 줄이는 데 동의하면 근로자들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질 거예요. 1시간이라도 더 일하겠다고 기업과 싸워야 합니다.

▽대연=지금 다니는 회사가 은퇴할 때까지 유지될 거라고 생각해선 안 돼요. 조금 일하고 많이 배워야 합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주 4일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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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조응형 이소연(이상 사회부) 지민구(산업1부)
▽김나현 김선우 오세정 윤유성 디지털뉴스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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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dongatal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