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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부다”…‘오미크론 첫 감염자’ 과도한 신상털기 논란

입력 | 2021-12-06 15:21:00

A 씨 부부 신상 공개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국내 첫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감염자인 40대 목사 부부의 신상 정보가 온라인에 유출되는 등 과도한 사이버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미크론 찾았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목사 A 씨 부부의 얼굴과 이름이 나온 사진과 함께 A 씨 부부가 다닌 인천의 B 교회의 담임목사 신상도 공개됐다.

A 씨 부부의 개인정보는 곧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천 내 지역사회에 빠르게 퍼졌다. 이날 한 인천 지역 맘카페에는 ‘목사 부부 결국 신상 다 털렸네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인천 지역 카페 글. 네이버 카페 캡처


다수 누리꾼들은 A 씨 부부가 ‘방역택시를 탔다’라고 거짓 진술을 하는 바람에 오미크론 확산이 거세졌다며 분노했다. 누리꾼들은 “신상이 털려도 할 말이 없다” “자업자득” “거짓말했는데 신상 안 털리는 게 이상한 거다”고 했다. 다만, 부부는 “방역택시가 무엇인지 모르고 무조건 ‘네’라고만 답했다”라면서 무지를 사과했다.

반면 과도한 신상털기 글은 일반적인 비판 수준을 넘어 신상정보 유출이나 폭언 등 사이버 폭력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온라인상에는 A 씨 부부의 자녀 이름, 학교까지 언급되며 비난의 대상이 늘어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신상을 털면 마음이 풀리냐”며 “A 씨 부부의 거짓말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생각하면 화가 나는 것은 맞지만, 신상 털기 같은 마녀사냥은 잘못된 일인 것 같다”며 “왜곡된 정보가 퍼질 경우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목사 부부의 행위가 도덕적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어도 그것이 법적인 테두리를 넘어서는 안 된다”며 “특정인의 신상 정보를 무분별하게 퍼뜨리거나 이들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라고 했다. 실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 신상정보를 무단으로 공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앞서 A 씨 부부는 나이지리아에 방문했다가 지난달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지난 1일 국내 첫 변이 오미크론 감염자로 확인된 뒤 역학조사를 했다. A 씨 부부는 공항에서 자택까지 동행한 지인 B 씨를 언급하지 않고 ‘공항에서 방역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고 거짓 진술을 했고 이 때문에 B 씨는 밀접 접촉자 분류에서 제외됐다. B 씨는 격리조치되지 않았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수일간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과 접촉해 지역 사회 감염을 야기하고야 말았다. B 씨는 지난 1일 부부와 함께 오미크론 감염자로 판명됐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