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빌라 등 분리배출 의무화 제대로 분리배출한 페트병 30%뿐… 수거함에 다른 플라스틱 등 섞여 근로자가 손으로 일일이 재분류… 플라스틱 중 활용가치 높은 페트병 잘 버려지면 의류 등으로 재탄생
2일 경기 안산시 와동의 자원순환센터에서 분리수거 책임자인 최창운 씨(오른쪽)와 동료 관리자가 투명 페트병 수거함에 섞인 일반 플라스틱을 골라내고 있다. 최 씨는 “배출할 때 병 안의 이물질을 꼭 제거해 달라”고 당부했다. 안산=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제대로 버려지는 투명 페트병은 30% 정도예요.”
2일 오전 경기 안산시 와동의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만난 희망일자리 근로자 최창운 씨(61)가 생수 페트병에 붙은 라벨을 제거하며 말했다. 수거함 옆의 비닐봉지에는 유색 플라스틱 병과 불투명한 배달음식 그릇 등이 가득 쌓여 있었다. 최 씨가 수거함에서 꺼낸 것들이다. 이렇게 잘못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이 전체의 40%가량이다. 제대로 버려진 페트병도 절반 이상은 라벨을 떼어 내거나 이물질을 없애는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가끔 담뱃재나 쓰레기를 넣은 페트병도 나온다.
안산시는 올 10월부터 단독주택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 시범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일주일에 100L 들이 비닐봉지 8∼10개 분량의 투명 페트병이 모인다. 주민들이 아직 정확한 배출 요령에 익숙지 않은 탓에 다른 재활용 쓰레기보다 손이 많이 간다. 수거함 하나를 다시 분리하는 데 20∼30분씩 걸린다. 최 씨는 “처음 분리배출을 시작했을 때보단 세척해서 내놓거나 라벨을 떼어 버리는 주민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25일부터 단독주택도 분리배출
지난해 12월 25일 시작한 공동주택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곧 시행 1년을 맞는다. 이달 25일부터는 단독주택, 연립주택, 빌라 등 모든 주택으로 확대된다. 생수 음료 등을 담았던 투명 페트병은 따로 모아 버려야 한다.
주로 음료수 용기에 쓰이는 페트는 플라스틱 중 가장 재활용 가치가 높다. 페트병을 압축한 뒤 잘게 부순 ‘플레이크(Flake)’는 쓸모가 많다.
가장 질이 좋은 재생원료는 페트병이나 화장품 용기 등으로 재탄생한다. 아모레퍼시픽은 2L 생수병 3개를 900mL 보디워시 통으로 재활용한다. 패션업계도 플레이크에서 뽑아낸 재생섬유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주로 기능성 의류나 가방을 만드는 데 쓴다.
투명 페트병을 분리배출하면 재생원료의 품질도 높일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700t이었던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량은 올 9월 2600t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분리배출된 투명 페트병이 461t에서 1244t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난해 6만6700t 규모였던 폐페트병 수입량은 올해 3만 t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선 투명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경기 성남시는 지난해부터 단독주택가에 16곳의 자원순환가게를 운영 중이다.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지역상품권으로 변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준다. 투명 페트병 1개를 가져오면 10포인트를 준다. 수거되는 재활용품 중 투명 페트병이 30%가량 된다.
○이물질 씻고, 라벨은 떼고
이물질과 라벨 제거도 중요하다. 수거와 선별 과정에서 이물질을 제거하지만 완벽하게 걸러내지는 못한다. 집에서 깨끗이 씻어서 배출하면 재생원료의 품질을 더 높일 수 있다. 경기도의 한 선별업체 관계자는 “이물질이 담긴 페트병을 압축해 섬유를 만들면 실이 잘 끊겨 활용도가 높은 장(長)섬유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페트 재질이 아닌 뚜껑은 원칙상으로는 분리해서 버려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닫아서 버리기를 권장한다. 수거 과정에서 병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뚜껑은 파쇄와 세척 등 재활용 과정에서 분리할 수 있다.
단독주택의 분리배출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개선할 점도 많다. 집 앞에 내놓는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할 때 투명 페트병 수거함이 따로 설치된 차량이 흔치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다른 재활용품과 섞이면 수거 후 다시 선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박순임 안산시청 자원순환과 재활용팀장은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 분리배출 환경이 열악하다”며 “수거 시스템을 개선해 주민들의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요일별로 수거 품목을 다르게 하거나 차량 내 별도 칸막이를 둬 이런 문제점을 개선할 방침이다. 투명 페트병 보관 시설을 마련한 선별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준다. 내년도 공공 선별장 확충에 208억 원, 선별장 시설 현대화에 49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오종훈 환경부 생활폐기물과장은 “내년부터 투명 페트병 별도 선별 시설 설치 유무와 선별량에 따라 민간 선별장의 지원금이 최대 14배까지 차등화된다”고 말했다.
안산=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