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부동산 시름’ 다룬 소설 네 편 9급 공무원의 ‘내집 마련 몸부림’… 불안감에 청약시장 뛰어든 20대 ‘부모찬스’ ‘영끌’ 동원한 신혼부부… 2030세대 최대 이슈 소설로 풀어 “집값 급등에 고통받는 젊은 독자… 소설속 부동산 갈등-허탈에 공감”
“다들 쉽게 돈 벌고 있어. 우리만 빼고.”
어느 날 ‘영주’는 ‘나’에게 더 늦기 전에 아파트를 사야 한다고 말한다. 둘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로 전셋집에 살고 있다. 영주는 “집값이 오르는데 집주인이 전셋값을 그대로 두겠느냐”며 지금 아파트를 사면 3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닦달한다. 부부는 결국 6억6700만 원짜리 아파트를 가까스로 산다. 가격이 뛸 거라는 소문을 듣고 그야말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한 것.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도 모자라 부모님에게 돈을 빌리는 ‘부모 찬스’까지 동원하는 부부의 모습을 비추며 소설은 씁쓸하게 끝난다.
지난달 29일 출간된 소설집 ‘우리는 우리의 최선을’(창비교육)에 담긴 단편 ‘길을 건너려면’의 줄거리다. 최근 결혼 후 지난해 아파트를 산 강석희 작가(35)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 있다. 평소 부동산에 별 관심이 없던 강 작가지만 최근 아파트 대란 속에서 집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고 한다. 그는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라며 “부동산은 나뿐 아니라 2030세대에게 가장 큰 이슈라 자연스럽게 소설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쓴 부동산 대란 작품도 주목받고 있다. 올 8월 출간된 장편소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서삼독)는 대기업에 다니는 송희구 씨(38)가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발버둥치는 20대 직장인을 그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는데 책은 10만 부 이상 팔렸다. 송 씨는 “집을 사지 못해 예비 배우자와 갈등을 겪거나 허탈감을 느끼는 젊은 독자들이 이 소설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양선 작가(47)가 지난달 25일 출간한 장편소설 ‘세대주 오영선’(사계절)은 기성세대의 시선에서 MZ세대의 불안을 다뤘다. 이 소설은 29세 여성 주인공 오영선이 집을 구하려고 아파트 청약시장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유튜브처럼 시대상을 즉각 반영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흐름이 최근 출판계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청년들을 시름에 잠기게 하는 부동산 대란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를 다룬 작품들은 계속 출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