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쪼그라든 ‘中企 운동장’]〈4〉외국인 인력제도 개선 필요
칠순을 앞둔 수도권의 한 주물업체 임원은 올 초부터 다시 공장 내 용광로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있다. 주물 기술을 익힌 외국인 근로자 5명 중 4명이 지난해 자국으로 돌아간 뒤 1년 가까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다. 이 임원은 “30년 차 경력을 훌쩍 넘긴 50대 직원이 막내 역할을 하고 있다”며 “외국인 인력이 없으면 많은 중소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중소 제조업체들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1∼8월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각각 6688명과 5145명이었다. 코로나19 이전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수의 10분의 1에 불과한 규모다.
현장에서는 각종 제도들이 외국인 인력 채용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3년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대표적인 예다. 고용주가 필요한 외국인 인력을 신청하면, 정부가 취업비자를 받고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선별해 연결해주는 제도다. 이는 외국인 근로자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도입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10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792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업체의 65%(515곳)는 제조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할당 인원을 연간 1만 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조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수가 연간 5만 명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인 직원 수에 비례해 외국인 근로자 채용 상한선을 높이는 쿼터제에 대한 불만도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한국인 직원(고용보험 피보험자 수)이 1∼5명이면 외국인 근로자는 5명까지만 채용할 수 있고, 6∼10인이면 7명을 채용할 수 있다. 한국인 직원이 없으면 외국인 노동자는 채용할 수 없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경영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외국인 인력 제도의 큰 틀인 고용허가제는 도입된 지 18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상태”라며 “외국인 유학생을 취업과 연계하는 등 근로자 채용 경로를 확대하고, 체류 기간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 KBIZ 중소기업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