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서 시작한 빚 청년 옥죄는 족쇄 돼 계층 이동 어려워지자 ‘영끌’ 투자 늘어 청년에게 성취와 재기 기회 마련해줘야
박정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청년층 부채규모가 커지고 부실위험은 높아지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30세 미만은 전체 평균의 2배, 30대는 3배 수준으로 채무액이 증가했다. 동시에 청년층은 소득이나 자산 대비 채무액 비율이 높아 부실위험 역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역시 청년층에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개인마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채무의 원인과 영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은 생계유지나 교육비 또는 빚 갚기를 위해 대출받고 이자율이 높은 신용카드나 카드론 등을 이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아마르티아 센은 “개인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빚이 누구에게는 실질적 자유를 추구하고 확대하는 수단으로 기능하지만, 누구에게는 오히려 자유를 빼앗고 삶을 옥죄는 족쇄가 된다. 최근 동아일보가 보도한 ‘2030 머니로그 청년들의 금융분투기’는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을 지고,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지고, 대출을 받아 주식 등에 투자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그렸다. 청년 부채에는 몇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20대 청년 채무에서는 학자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많은 청년들에게 학자금대출은 생애 최초 대출이기도 하다. 학자금대출의 상환부담은 청년의 처분가능소득에 영향을 미치지만 대체로 그 자체로 감당하기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취업 등 안정적인 소득원 마련이 지연되면 생활비, 주거비 등을 보충하기 위해 신용카드와 새로운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 빚이 쌓이고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불어나기 시작하면 통제가 어려워진다.
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과 빚으로 하는 투자도 자산을 늘리기 위해 마다하지 않는 행동이고 사회현상이다. 고용상황이 불안하고 자산 불평등은 극심해지면서 청년들이 직장과 저축을 통한 자산증식과 계층이동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에서도 계층대물림 현상이 나타난다. 부모 소득이 낮고 고용지위가 불안정하면 자녀가 학자금대출을 포함해 부채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교육기회 그리고 소득과 자산 수준만이 아니라 채무보유 위험도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 상향 이동을 어렵게 하는 한국 사회의 ‘굳어진 바닥’을 더욱 단단하게 한다.
대출 접근성과 금융이해력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청년층 채무의 증가는 캐피털 등 고금리 대출상품에의 노출, 온라인 기반 P2P 상품의 접근성 증가 등 청년들의 대출서비스 접근성이 높아진 것과도 관련된다. 금융 및 대출 접근성 증가는 부채와 신용에 관한 정보 및 관리능력 제고와 병행되어야 한다. 대출에 따른 위험을 잘 알지 못하면 과도한 빚을 질 수 있다. 한국은행의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를 보면 재무계획과 관리, 정보에 입각한 금융상품 선택 능력을 측정하는 금융행위 점수에서 청년층이 전체 평균보다 낮다.
청년의 부채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저소득·저신용 청년을 위한 저금리 대출 확대, 신용평가 불이익 완화와 신용회복의 지원, 금융교육 확대와 재무역량 강화, 학자금대출의 상환유예와 채무조정 대상 포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좋은 일자리와 안정된 소득은 부채의 필요와 부실화 위험을 낮추고 청년들이 미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필수조건이다.
박정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