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숨하우스’는 주변 이웃과 불화를 피하고 편안하게 고양이를 돌볼 수 있도록 지어진 주택이다. 가족이 된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해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창턱을 계획하고 화장실이나 베란다 등 개별적인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박영채 제공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
휴대전화를 열고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에 접속해 볼 때가 많다. 재미있는 것은 다른 포털 사이트들과 달리 유튜브는 처음 접속하는 주소가 같아도 펼쳐지는 세상은 개개인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개인의 기호를 파악하고 계속 그에 맞는 동영상을 추천해준다. 목적이 있어서 들어가는 경우에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지만, 무심결에 들어가면 유사한 동영상을 계속 보게 된다. 그 안에서 나는 게으르고 수동적인 사용자가 된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추천받는 영상이 고양이 키우는 사람 이야기들이다. 보다 보면 사람과 고양이가 어떻게 만나고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는지 알게 된다. 조회수가 몇백만이 되는 동영상이 꽤 많다. 한참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진다.
인간은 아주 오랜 시간 동물과 더불어 살아왔다. 사실 인간이 동물을 기를 때는, 개는 집을 지키고 고양이는 쥐를 잡고 소는 일손을 거들게 하는 등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가축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고 부르는 가족이 됐다. 생활을 보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온기를 주거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존재로 바뀐 것이다. 그건 아마도 현대로 접어들며 인간의 환경이 많이 바뀐 것과 도시화에 따른 여러 부작용에 대한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가족의 개념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 친척까지 아우르는 가족의 범위에서 지금은 개인이 전부인 ‘1인 가구’가 많아져,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1인 가구 비율이 31.7%(664만3354가구)라고 한다.
사실 인간은 외딴섬처럼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다. 생활의 불편함이나 위험도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누군가와 정서적 교류가 없이 사는 고독에 대한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시급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며 사는 집이 늘고 있다. 올해 최초로 통계청에서 조사해본 결과 인구의 15%(약 312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숨숨하우스’의 야경. 고양이의 습성을 고려한 계단과 캣타워 등이 외관에서도 확인된다. 박영채 제공
우리도 그런 집을 한 채 설계했다. 3년 전 서울 어느 경사진 동네의 맨 끝, 산과의 경계지점에 땅을 구입한 분이 찾아와 아주 특이한 주문을 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흔히 요즘 ‘캣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을 짓고 싶다는 것이다. 캣맘들은 인터넷 모임을 만들어 서로 정보를 교류하기도 하고 같이 구호활동을 하기도 하는데, 같이 모여서 살면 어떨까 싶어 집짓기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은 예전에도 설계해 본 적이 있었지만 뭔가 좀 더 세심한 설계가 필요할 것 같았다.
반려동물과의 삶을 위한 건축이 등장하듯 앞으로도 가족이 변하고 개인이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는 주거환경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야 할 것이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숨숨하우스’는 주변 이웃들의 눈치를 보거나 불화를 피하고 좀더 편안하게 고양이를 돌볼 수 있도록 자연이 가깝고 시선으로부터 독립된 곳에 지어졌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합한 공간을 만드는 데 앞서 가족의 범위, 이웃의 범위가 확장되듯 사람들의 생각 또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벗어나 더욱 넓어지고 유연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임형남·노은주 가온건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