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이날 최종현학술원이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의 살라맨더 리조트에서 진행한 첫 ‘트랜스퍼시픽 대화’ 중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과 진행한 대담에서 “솔직히 말해 쿼드는 중국을 겨냥한 안보그룹일 뿐이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은 다른 국가들을 초청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한국은 이런 안보 그룹에 조인하고 싶은가”라고 반문했다. 쿼드는 문화나 정치 기구가 아니라 사실상 반중 안보 협의체인 만큼 한국이 가입할 경우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지금까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이 “쿼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다”며 신중한 공식 반응을 밝혀온 것과는 결이 다르다.
아미티지 전 부장관은 또 대북문제와 관련해 “가장 좋았던 시절에조차 중국은 (대북)제재에 있어서 사기를 쳐왔고 앞으로도 계속 사기를 칠 것”이라며 “중국을 가장 열심히 지지하는 사람조차 중국이 사기를 쳤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마지막 2년 간 미중 간 관계는 매우 껄끄러울(rough)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행사 축사에서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며 미중 간 전략 경쟁과 주변국들의 충돌, 북한의 비핵화 문제, 공급망 붕괴와 기후변화를 ‘공동 대응을 요구하는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동북아는 ‘아시아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신냉전 이후 시대 전환의 중심에 서 있으며 전 세계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해왔다”면서도 이웃국가들 간의 갈등이 역내 문제들을 키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어 “한미일이 여러 공동의 과제에 직면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부터 사흘 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한미일 전현직 고위당국자들과 학계 석학, 워싱턴 싱크탱크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미국 측에서는 커트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 존 오소프 상원의원(조지아주) 등이 참석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측에서는 스기야마 신스케 전 주미 일본대사와 도미타 고지 주미 일본대사가 참석한다. 한국 측에서는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및 학계 교수들 외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측 외교정책 총괄인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 김성한 고려대 교수가 화상으로 참여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