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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새벽 2시 “델타와 달라요” 다급한 전화…오미크론이었다

입력 | 2021-12-07 14:49:00

국내 오미크론 첫 포착 ‘인천 보건환경연구원’



6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사들이 코로나19 의심 검체에서 리보핵산(RNA)을 추출하고 있다. 이렇게 추출된 RNA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실시한다. 인천=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기존 변이의 패턴을 벗어났습니다. 어떻게 판단할지 토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달 29일 새벽 2시, 인천 보건환경연구원(연구원) 공용우 질병연구부장의 휴대전화에서 오성숙 연구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야근을 마치고 잠결에 전화를 받은 공 부장의 잠이 달아났다. 불과 이틀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주요 변이에 ‘오미크론 변이’를 추가했다고 발표했던 참이다. 공 부장은 질병관리청에 즉시 알렸다. 국내 첫 오미크론 의심 검체를 찾아낸 순간이었다.

공 부장과 오 연구사는 베테랑 ‘검체 판별사’다. 이들이 속한 질병연구부의 임무는 코로나19를 비롯한 각종 감염병의 검체 검사다. 6일 오전 방문한 연구원에서는 동료 연구사들이 분주히 검체 검사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오미크론 국내 확산 이후 검사량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달 27일 2700여 건이었던 분석량이 4일 3700여 건으로 한주 만에 1000건 가량 늘었다. 연구실 한 켠 볼록한 주황색 의료폐기물 봉투 11개가 줄지어 놓여져 있었다. 김남이 연구사는 “음성 검체는 멸균 처리해 배출한다. 11개 전부 전날 검사한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공용우 질병연구부장(앞줄 오른쪽 첫번째)과 김남이 연구사(앞줄 가운데) 등 직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곳은 지난달 29일 국내 처음으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의심 검체를 발견했다. 인천=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첫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포착은 연구원의 ‘24시간 전수검사’ 시스템으로 가능했다. 건물 곳곳에 붙어있는 ‘세상에 급하지 않은 검체는 없다’는 문구대로 연구원은 24시간 근무조를 편성해 접수되는 모든 검체를 즉시 검사한다. 또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양성인 검체는 전부 변이 PCR 검사까지 진행한다. 오미크론 변이를 바로 찾아낸 비결이다. 기존의 주요 4종(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와 조금이라도 다른 검체를 찾으면 즉시 질병청에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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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10시경 연구원에 검체가 도착했다. 변이 의심 검체는 지난달 24일 나이지리아에서 입국한 첫 오미크론 확진자 A 씨 부부를 자택으로 데려다 준 30대 남성 B 씨의 검체였다. 코로나19 재유행 후 검체는 늦은 시간에도 종종 도착한다. 근무 중이던 연구사들이 바로 PCR 검사를 진행했고, 검사 결과 양성이라 변이 PCR까지 진행한 것이다. 이들이 찾아낸 B 씨의 검체는 1일 오후 9시 오미크론 변이로 최종 확인됐다. 질병청은 통상 5일이 걸리는 유전체 분석 대신 이틀이면 결과가 나오는 신속 유전체 분석을 실시했다. 연구사들의 빠른 판단으로 결과를 얻기까지 기간이 단축된 셈이다.

6일 오전 인천 중구 인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연구사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NGS 장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에 사용된다. 인천=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연구사들은 검체 오염을 막기 위해 폴리글러브(일회용 위생장갑)를 두겹 씩 착용하고 팔 토시까지 끼고 일한다. 온종일 피펫(액체를 빨아올리는 기구)을 들고 있다 보니 이들의 가운데 손가락에는 늘 푸른 멍이 들어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잦은 밤샘 끝에 한 연구사가 실험실에서 쓰러진 일도 있었다.

오미크론 변이는 재빨리 포착했지만 변이 바이러스는 지역사회로 확산하고 있다. 공 부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일 성실하게 검사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사소한 오류까지 잡아내겠다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