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중의원 숙소에서 나가타초에 있는 총리 공관으로 이사한다고 아사히신문이 7일 보도했다. 총리의 집무실은 관저(官邸), 숙소는 공저(公邸)로 부르는데 두 건물은 도보 1분 거리에 있다. 총리가 공저에 입주하는 당연한 일이 뉴스가 되는 것은 최근 9년 동안 공저가 빈 채로 있었기 때문이다.
공저는 민주당 정권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가 2012년 물러난 이후 계속 비어 있었다. 같은 해 12월 재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는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자택, 그의 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중의원 숙소에서 각각 지내며 관저로 출퇴근했다.
공저를 유지하고 관리하는데는 연 1억 6000만 엔(약 16억 70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또 총리가 자택이나 중의원 숙소에 있다가 지진 등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관저로 복귀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려 정부 차원의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야권은 오랫동안 ‘총리가 공저에 살지 않는 것은 위기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공저에서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 때문에 총리가 거주를 꺼린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실제 아베 전 총리는 2013년 TV에 나와 “공저에서 유령을 봤다는 이야기를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로부터 들었다”고 말해 귀신 출몰설에 기름을 부었다.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의 공저 입주 결정을 두고 위기관리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