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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철희]출산율 하락 방지에 현금성 지원도 효과

입력 | 2021-12-08 03:00:00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출생아 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부터 영아수당과 첫만남이용권 제도를 도입한다. 영아수당은 현재 차등화된 양육수당과 부모보육료를 통합하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0∼1세 아동에 대한 현금 지원 15만∼20만 원을 2025년까지 50만 원으로 점차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첫만남이용권은 내년부터 출생하는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양육에 활용할 수 있는 200만 원어치 바우처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같은 현금 지원 정책은 향후 저출산 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나하나의 개별 사업에 대하여 저출산 효과를 추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해외 사례와 국내 지자체 출산지원금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현금 지원이 출산율(특히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가능성을 보여준다. 예컨대 필자의 최근 연구는 출산지원금 100만 원 추가 지급이 배우자가 있는 여성 1000명당 출생아 수를 4.8∼8.7명 증가시켰다는 결과를 얻었다. 2019년 도입된 어느 광역자치단체의 육아기본수당(4년 동안 월 30만 원) 지급은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을 15∼20% 높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시도의 출산지원금과 육아지원수당 등을 통합하여 지급하는 영아수당과 첫만남이용권은 그러한 효과를 갖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주로 출산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 즉 지원이 없었어도 자녀 출산을 고려했을 개인들에게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지자체 출산지원금은 소득 중상위 계층 및 고학력 여성의 첫 자녀 출산에 더 강한 효과를 보였다. 이는 지원 금액이 자녀 양육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해 훨씬 적더라도, 경계에 있는 일부 사람들의 등을 살짝 밀어서 출산 여부나 시기 결정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출산지원금 효과의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은 그 정도 규모의 현금 지원에 반응하여 ‘경계를 넘어서는’(자녀를 갖기로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사례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지원이 이들의 발육과 인지 및 비인지 능력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20세기 초 미국 모성연금(mother‘s pension) 지급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러한 효과는 아동기를 넘어서서 생애에 걸친 건강 개선과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듯이 아동에 대한 지원은 인적자본 개선 경로를 통해 인구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널리 지적되고 있듯이, 현재의 젊은 세대와 그 자녀 세대의 삶에 대한 전망이 바뀔 만큼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고는 현재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단번에 이루어 낼 수 있는 마법과 같은 정책은 없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하겠지만, 현금성 지원과 같이 체감도 높은 정책을 통해 지금의 저출산 추이와 인구 변화의 충격을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는 단기적인 처방도 필요하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