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삼성’ 파격 인사… 한종희-경계현 투톱 체제로 개편 기존 대표이사 3명 모두 교체… ‘완제품-반도체’ 2개 부문 재편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 전격 교체와 함께 주목받은 건 가전과 모바일 부문의 통합이다. 한 신임 부회장은 통합 세트부문장으로서 가전 및 모바일 사업의 시너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비스포크 가전과 폴더블 스마트폰의 성공을 바탕으로 통합 플랫폼에 기반한 미래 ‘디바이스’의 새로운 생태계를 이뤄야 하는 과제도 안았다.
사장단 쇄신에 이어 삼성전자는 임원 인사와 세부 조직 개편도 앞두고 있다. 30대 젊은 피를 경영 일선에 수혈하는 한편으로 ‘뉴 삼성’을 시작하기 위한 신임 대표들의 조직 구상이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삼성은 더 이상 반도체,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이끌어 가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李, 지난달 미국 출장 다녀온뒤
“시장의 냉혹한 현실, 마음 무겁다”… 60대 대표 3명, 50대 2명으로 교체
반도체-가전-모바일 안주 말고 ‘새로운 틀에서 사업 이끌자’ 주문
한종희, TV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 경계현, D램 등 반도체 개발 주도
7일 삼성전자의 세 대표이사 일괄 퇴진이 발표되면서 조직 내·외부는 물론이고 재계 전체에도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존 60대 대표이사 3인의 자리가 50대 대표이사 2명으로 채워졌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 출장 후 ‘냉혹한 현실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한뒤 ‘뉴 삼성’이 진짜 변화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인사로 2018년 3월부터 3대 사업부문을 이끌어온 전임 대표들은 모두 물러났다. 반도체부문을 이끌어온 김기남 부회장은 회장으로 승진해 종합기술원 수장을 맡았다. 김현석 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과 고동진 IT모바일부문장(사장)도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다.
정현호 사업지원TF장(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회사의 중장기 사업 전략 수립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식 신임 세트부문 북미총괄, 박용인 신임 반도체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 김수목 신임 세트부문 법무실장 등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학규 사장은 세트부문 경영지원실장으로, 강인엽 사장은 반도체부문 미주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삼성은 2020년도, 2021년도 정기인사에서 실무 사업부장 중심으로 세대교체를 하고 각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대표이사 부문장은 흔들지 않는 ‘안정 속 변화’를 택해 왔다. 이에 따라 2018년 3월 취임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대표 3인이 주축이 돼 삼성전자의 D램 성공 신화와 비스포크, 폴더블 스마트폰 흥행을 이끌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초격차를 이끈 D램 신화를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라는 새로운 전선과 마주하고 있다. 지난달 말 미국 파운드리 제2공장을 확정하며 글로벌 1위 대만 TSMC를 정조준했다. 올 3분기(7∼9월) 기준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1%, 삼성전자가 17.1%로 36%포인트 격차가 난다. 숨 가쁘게 이어지는 글로벌 인수합병(M&A) 경쟁에서 타 기업들을 견제하며 매수 대상을 좁혀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완제품에서는 국내 시장 비스포크 흥행을 해외로 이어가는 한편 삼성만의 플랫폼을 재정비하고 콘텐츠 등의 역량을 키워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넷플릭스에 이은 디즈니플러스, 애플TV의 국내 진출로 플랫폼 역량이 디바이스 생태계와 밀접하게 이어지며 관련 업계의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날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삼성전자 계열사의 수장들도 교체됐다. 삼성SDI는 전영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한편 신임 대표이사로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 신임 대표이사로는 장덕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센서사업팀장(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내정됐다. 에스원 신임 대표이사에는 남궁범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됐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