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부동산중개업소 밀집지역 앞. 2021.12.6/뉴스1
세금을 낼 때나 대출을 받을 때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고가주택’ 기준이 9억원, 11억원, 12억원, 15억원 등 제각각이라 시장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간 정치권의 ‘땜질식 처방’이 이같은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하며 부동산세 전반에 대한 개편 필요성을 지적했다. 복잡해진 지금의 정책과 세제를 보다 단순화해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납세자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8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양도하는 주택은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실거래가 12억원으로 상향된다.
소득세법상 고가주택 기준 상향은 그간 가파르게 오른 집값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의 고가주택 기준은 11억원으로 차이가 난다. 이는 지난 9월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2억원 올린데 따른 것이다.
기준 액수는 소득세법과 1억원 차이가 나고, 기준도 양도세처럼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가격을 근거로 삼은 것이라 계산법이 다르다.
여기다 1주택자 재산세 감면 기준은 공시가격 9억원이다.
정부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산정 때 적용되는 고가주택 기준은 9억원에서 15억원으로 높였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은 지난 10월부터 시행됐다. 이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15억원 이상 주택을 매매할 경우 최고요율(0.7%)을 적용한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기준은 실거래가 9억원이다. 2019년 정부가 발표한 12·16대책에 따른 것으로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에선 9억원까지는 LTV 40%, 초과는 LTV 20%가 적용되고 15억원을 넘으면 아예 대출이 금지돼 있다.
아파트 특별공급 기준도 9억원까지다. 2018년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넘는 주택은 특별공급 대상이 될 수 없다.
정치권에서 고가주택 기준에 대한 전반적 논의 없이 땜질식 처방을 통해 각각의 기준을 수정하다 보니 시장 혼란이 커진 상황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가주택 기준은 부동산 세제의 잦은 법개정 등으로 일관성도 없고 주워담기 힘들 만큼 엉망이 됐다”며 “새 정부가 테이블에 한꺼번에 올려놓고 룰을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주요 정당 후보들이 공약경쟁을 하는 과정에 방향과 해법을 제시하고 이를 국민이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면적 개편이 논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때그때 다른 기준을 일관성있게 다듬어야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그래야 조세 저항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 5년간 부동산 규제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맥락에서 조금씩 손대다 보니 기준이 서로 엇박자가 나게 된 것”이라며 “수정과 조정은 필요하지만 관건은 금액을 얼마로 정할지가 아니라 결국 주택시장의 안정 여부”라고 지적했다.
고가주택 기준을 일률적으로 12억원, 13억원 식으로 정해도 집값이 가파르게 변동한다면 현실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