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약 607조)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여야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돈풀기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 초 추경이 현실화 될 경우 문재인 정부는 5년 임기 동안 총 10차례의 추경을 편성한 정부로 기록될 전망이다.
● 李-尹 경쟁에 50조 넘어 100조까지
국회사진기자단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과 별도로 소상공인 추가 지원에 사실상 뜻을 모으면서 관심은 재원 조달 방법에 쏠리고 있다. 3일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방법은 추경 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여야 모두 소상공인 피해 보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면 선거 전에라도 최대한 빨리 지원하자는 차원”이라며 “현재 거론되는 100조 원이라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는 추경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보고 이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윤 후보도 재원 마련을 위해 여야가 합의해 추경 편성을 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묻는 질문에 “우리 당은 그런 입장”이라고 답했다. 내년 대선의 표심을 의식한 여야의 합심으로 새해 예산안 처리 닷새 만에 추경을 고려하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 “文 정부, 추경으로 시작해 추경으로 끝나” 우려도
여야 후보의 뜻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도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소상공인 피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이제 막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한 시점에서 10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 과정에서 오는 여러 부담은 집권여당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당의 한 채선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추경으로 시작해 추경으로 끝나게 됐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현 정부는 집권 직후인 2017년 6월 11조 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시작으로 7월 코로나 대응 추경까지 총 9번의 추경을 실시했다. 지금까지 총 추경 규모는 약 135조 원으로 추경 횟수와 규모 모두 역대 정권 중 가장 많다.
특히 전 국민 재난지원금처럼 이번 추경이 여권 내부의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100조 원이라는 돈은 산술적으로 5000만 국민이 200만 원씩 부담해야 만들 수 있는 금액”이라며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긴 상황에서 기획재정부의 반대는 불 보듯 뻔하고 청와대 역시 임기 마지막까지 추경을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