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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조용한데, 양도소득세 부담이 덜해지면 집을 내놓겠다는 1주택자들이 있어 앞으로 매물이 좀 늘긴 할 겁니다.” (서울 송파구 A 공인중개업소)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기존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완화된 첫날인 8일, 시장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했다. 건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양도세 부담이 줄어든 1주택자가 내놓는 매물이 일부 지역에서 증가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여파로 당장 집을 사려는 수요가 거의 없어 실제 거래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 ‘갈아타기’ 염두에 둔 매물 늘어
정부는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 원으로 정한 2008년 이후 집값이 오른 걸 감안해 소득세법을 개정해 그 기준을 12억 원으로 높였다. 이에 따라 보유기간 2년 이상(조정대상지역 2년 이상 거주)인 1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12억 원 이하에 팔면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다. 기존에는 9억 원 이하에 팔 때만 양도세가 면제됐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따르면 2년 전 6억5000만 원에 산 주택을 12억 원에 팔 때 양도세(지방소득세 포함)가 이전에는 3508만 원이었지만 앞으로는 0원이다. 25억 원 산 주택을 35억 원을 팔아 10억 원의 차익이 생겼다면 양도세 부담은 2억5705만 원에서 2억2228만 원으로 3500만 원 가량 줄어든다.
거래 절벽인 주택 시장에 다소 숨통을 트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 1047채 규모 대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같은 단지의 넓은 평수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꽤 있다”며 “20평대(전용 59㎡) 시세가 12억5000만 원 정도라 양도세 완화로 갈아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고 했다.
● “집값 하락 효과는 크지 않을 것” 전망
일부 매물이 늘어도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일선 공인중개사와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양도세 완화 수혜 대상이 1주택자로 제한적이라 집값에 영향을 줄 정도로 많은 매물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택을 처분하려는 1주택자 대다수는 ‘갈아타기’ 목적이다. 기존 보유 주택을 팔고 다른 주택을 새로 취득하는 것이라 전체 주택 공급량은 그대로인 셈이다.
우 팀장은 “이번 양도세 완화는 13년 전 9억 원으로 정한 ‘고가주택’ 기준을 현실화해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을 그대로 둔 채 이번 조치만으로 매물이 늘어 가격 안정화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아야 실질적인 공급 확대로 인한 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 출범 초기 다주택자는 1주택자와 같은 양도세 기본세율(최고 40%)을 적용받았다. 2017년 ‘8·2대책’과 지난해 ‘7·10대책’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되면서 올 6월 이후 세율은 최고 75%에 이른다.
시장에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책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고 무주택자의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최근 더불어민주당도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철회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 종합부동산세가 워낙 많이 오른 만큼 양도세가 완화되면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다주택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