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 기간 70일 안팎으로 감축 햅쌀 수확 7월 하순으로 앞당겨 가뭄-태풍 시기 피해 재배 가능 농자재-비료 사용 절약 효과도
4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철 벼 베기 행사가 열렸다. ‘빠르미 시설하우스 3모작’ 수확 행사에 참여한 김부성 충남도 농업기술원장과 김돈곤 청양군수 등이 벼를 베고 있다. 충남도 농업기술원 제공
4일 충남 청양군 청남면 비닐하우스에서 때아닌 벼 베기 행사가 열렸다. 김부성 충남도 농업기술원장과 김돈곤 청양군수, 농업인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도 농업기술원이 청양군과 함께 마련한 ‘빠르미 시설하우스 3모작’ 수확 행사다.
이 비닐하우스에서는 한 해 동안 수박이 한 차례, 쌀이 두 차례 수확됐다. 1∼5월 수박을 재배한 뒤 6월 9일 빠르미를 1차로 심어 69일 만인 8월 17일 수확하고, 8월 26일 2차로 빠르미를 이앙한 결과다.
빠르미는 도 농업기술원이 국내외 조생종 벼 품종을 교배해 2009년 개발한 극조생종 품종이다. 이앙부터 수확까지의 기간을 도내 쌀 대표 품종인 삼광(140일)의 절반인 70일 안팎으로 줄였다.
빠르미는 국내 햅쌀 수확 시기를 8월 하순에서 7월 하순으로 앞당겨 오랜 식생활 풍경을 바꿔 놓기도 했다. 그동안 햅쌀은 대개 추석 차례상에 올리면서 먹기 시작했다. 8월 하순에서야 벼를 수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무더운 여름에 햅쌀밥을 먹을 수 있다. 재배 기간이 짧아진 ‘빠르미’의 햅쌀은 올해 처음으로 7월 30일 국내 대형마트에 등장했다. 윤 박사는 “여름에 무더위에 지쳐 입맛을 잃기 쉬운데 그쯤이면 쌀도 수확한 지 1년이 다 돼 밥맛도 떨어진다”며 “일찍 수확한 햅쌀로 밥을 지으면 여름 입맛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빠르미는 이 밖에도 타 작목 연계 재배를 통한 농지 효율 극대화로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다. 재배 기간이 짧아져 가뭄이나 태풍 시기를 피해 재배할 수 있는 데다 농자재 비용과 인건비, 물 사용량(30% 이상), 비료 사용량(10% 이상)을 줄일 수 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는 쌀은 풍부한 반면 그 밖의 곡물은 부족한 형편”이라며 “앞으로 빠르미 같은 극조생종 벼 품종을 활용해 밀과 보리 등 여타 곡물 자급률을 높이는 다양한 실험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