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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스스로 상표등록-웹페이지 제작 열공… “온라인 판매 경험이 밑천”

입력 | 2021-12-09 03:00:00

[우리동네 디지털 전통시장]경기 부천 중동사랑시장
떡볶이-튀김 전문점 이병훈 사장… 반년 넘게 엑셀 등 프로그램 익혀
당장 수익 못내도 온라인 판매 준비
“온-오프라인 함께 가야 경쟁력… 고객 불편 줄이려 24시간 서비스”



경기 부천시 중동사랑시장 떡볶이·튀김 전문점 ‘다수제’ 이병훈 사장이 6일 자신이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떡볶이와 튀김 밀키트를 들어 보였다. 이 사장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같이 가야 경쟁력이 커진다”고 말했다(위 사진). 다수제 밀키트를 팔고 있는 스마트스토어 ‘다수제쿡’ 초기 화면(아랫쪽 사진). 부천=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시장을 찾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즈음이었다. 경기 부천시 중동사랑시장 떡볶이 튀김 전문점 ‘다수제’ 이병훈 사장(44)은 온라인 진출을 생각했다. 20년 전 떡볶이 장사를 시작해 수도권 몇몇 시장을 거쳐 2015년 이곳에 정착하는 내내 매출은 매년 20%씩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성장속도가 지체됐다. 그는 지난해 초 떡볶이와 튀김을 밀키트(쉽게 조리하도록 손질된 재료를 한데 모은 패키지)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디지털화, 하나부터 열까지 힘든 과정

맛에는 자신 있었다. 다른 10개 회사 떡볶이 밀키트 제품과 자신의 떡볶이를 놓고 블라인드테스트를 했다. 맛을 본 10여 명 모두 이 사장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를 위한 통신판매업 등록부터 난관이었다. 통신판매업 등록 방법 등 인터넷 검색부터 필요한 서류 작업, 상표 등록, 글자 형태 선택, 포장 디자인 등등 모든 과정을 손수 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돈, 노력, 시간이었죠. 저희 시장에서 통신판매업 등록은 제가 처음이어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어요.”

포털 스마트스토어에서 밀키트를 판매하기로 했다. 스마트스토어가 뭔지 몰라 책을 읽었다. 웹페이지 제작을 맡겼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다. 3개월간 컴퓨터학원에서 포토샵 엑셀 같은 기본 제작 프로그램을 배웠다. 인스타그램도 책으로 익혔다. 공부하고 준비한 끝에 지난해 9∼10월 통산판매업 등록을 마치고 스마트스토어 ‘다수제쿡’을 열었다. “준비만 6, 7개월 걸렸죠. 이후 마케팅을 준비했고요. 50세가 되면 도전하지 못할 것 같아서 뛰어들었어요. 나이 드신 분들은 이 과정을 감당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교육이 중요합니다.”

오프라인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화가 시장이 나아갈 방향이라면 그 기초적인 것은 상인들이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온라인화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날개로 난다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사실상 제로(0)다. 주문은 한 달에 한두 건이 다였다. 이 사장은 ‘다 준비과정이다’ ‘이것도 공부다’ 생각하고 더 노력했다. 지금은 하루에 5∼10개 주문이 들어온다. 온라인 판매를 위해 마련한 창고 월세, 인건비, 재료값 등을 감안하면 갈 길이 멀다.

내년 6월까지 하루 온라인 매출 300만 원이 목표다. 6000원 안팎의 밀키트를 500개 팔아야 한다. 이 정도면 오프라인 점포 하루 매출을 넘는다. 마케팅 직원까지 구한 그는 연말까지 국내 모든 온라인쇼핑몰에 입점하고 내년에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홍보까지 할 계획이다.

“기초는 다졌다고 생각해요. 물건에 지장이 없고 마케팅이 잘되면 매출은 금방 오를 거라고 봅니다. 잘은 모르지만 온라인 시장은 갑자기 (매출이) 올라오거든요. 2년을 준비하고도 이문이 남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하하.”

어렸을 때 꿈은 장사였다.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신문배달을 시작으로 커피숍 레스토랑 나이트클럽 호텔 등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는 안 해본 것이 없다. 그런 꿈과 경험을 기반으로 ‘피 땀 눈물’을 쏟은 결과 이제 해외 진출과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구상하게 됐다. 그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함께 가야 경쟁력과 시너지 효과가 커진다고 믿는다. 2년간 수익을 못 내면서도 밀키트에 승부를 걸 수 있는 건 매장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어서다. 세상 변화에 비해 너무 더디게 움직이는 것 같은 전통시장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고 믿는다.

○“온라인 판매 경험 자체가 중요”

이 사장의 성엔 차지 않을지 몰라도 중동사랑시장은 꾸준히 온라인화의 길을 걷고 있다. 포털 네이버가 ‘전통시장 장보기’ 서비스를 경기도로 넓힐 때 중동사랑시장은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지금은 부천 지역 ‘시그니처 시장’으로 통한다.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에 전체 점포의 절반가량인 50여 개 상점에서 물건을 올린다. 처음 하루 주문은 3∼5개였지만 이제 15∼20개다. 월평균 1000만 원 정도 매출이다. 온라인에 상품을 올릴 때 이야기를 곁들이고 사진과 그림을 바꾸는 등 노력도 기울였다. 다른 전통시장보다 규모가 큰 상품 배송센터와 자체 라이브 커머스 스튜디오도 있다.

김선호 중동사랑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단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화를 촉진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시간을 더 효과적으로 쓰려는 고객의 구매 패턴이 바뀌고 산업구조가 변화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고객 불편을 줄여주려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그러려면 온라인 판매 채널을 늘려야 했죠.”

온라인에서 물건을 파는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업단장은 전통시장의 생존이 오프라인에서 경험하고 온라인으로 사거나, 온라인으로 경험하고 오프라인으로 사는 온·오프, 오프·온의 선순환에 달려 있다고 본다. 온라인 판매 경험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기부-소진공, 전통시장내 청년몰 조성 도와 일자리 창출
시장 한곳당 최대 40억 2년간 지원
바닥정비-전기 등 기반시설 포함… 제품 개발-마케팅 비용까지 부담



청년상인 도약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프랜차이즈로 발전한 ‘미친돈까스’ 매장 모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2018년 경북 안동중앙신시장 ‘오고가게 청년몰’에서 시작한 ‘미친돈까스’는 현재 전국 5개 가맹점을 둔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권우성 대표가 20대 시절 7년간 준비해 문을 연 이 가게의 성공 요인은 합리적 가격, 육질 풍부한 냉장육, 특제 소스 등이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청년상인 도약 지원사업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미친돈까스는 2019, 2020년 2년간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중기부와 공단은 전통시장에 청년상인이 낸 점포로 이뤄진 복합 몰(mall·종합상가)을 조성해 시장의 활력을 높이면서 청년 일자리도 만드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 전통시장 38곳을 대상으로 청년점포 개수에 따라 소·중·대형으로 나눠 최대 40억 원까지 2년간 지원해 청년몰 조성부터 점포 창업 및 진흥을 돕고 있다. 지원은 기반시설 조성, 시설 확장, 창업 지원 등으로 구성된다.

청년몰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바닥 정비, 진입 환경 개선, 전기 수도 가스 소방 안전 같은 기본 시설을 지원한다. 청년상인 창업 지원으로는 먼저 점포 임차료를 최장 2년간 3.3m²당 월 11만 원 지급한다. 가게에 필요한 전기 수도 가스 등 시설을 갖추는 데 최대 300만 원을 지원한다. 인테리어 비용은 총비용의 60% 내에서 3.3m²당 100만 원까지 제공한다.

창업한 이후에도 손놓고 있지 않는다. 청년상인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제품 및 브랜드 개발과 홍보마케팅 및 라이브 커머스 비용을 지원한다. 전문가 컨설팅이나 다른 성공한 청년상인의 멘토링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개별 점포뿐만 아니라 청년몰 자체 활성화를 위해 최대 10억 원까지 지원한다.





부천=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