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쪼그라든 ‘中企 운동장’]〈5〉주휴수당 폐지 목소리 주휴수당 포함땐 최저임금 1만원 소상공인들 ‘인건비 부담’ 호소… “편법 근무 양산, 제도 바꿔야”
수도권의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A 씨(57)는 동네 편의점 2, 3곳과 아르바이트 직원을 ‘공유’하고 있다. 한 아르바이트 직원이 한 곳에서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주휴수당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는 것이다. 이른바 ‘쪼개기 근무’라고 불린다. A 씨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어 마음이 불편하지만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한 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한 주를 개근하면 하루 이상의 유급휴일을 쓸 수 있다. 이때 지급되는 급여인 주휴수당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전년 대비 5.0%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 9160원이 적용되는 시점(내년 1월 1일)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주휴수당 관련 제도는 근로기준법이 제정됐던 1953년부터 있었다. 당시 6·25전쟁 복구 상황의 가혹한 노동 현실에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쉬도록 했고, 주휴일은 반드시 ‘유급휴일’로 보장하도록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8년과 2019년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16.4%, 10.9%였다. 2017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7.3%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급격하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크게 받는 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주휴수당을 감안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올랐다고 보고 있다. 부산의 한 염색가공업체 대표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시작된 지 오래”라며 “어려웠던 시절 생활보장적 금품 성격으로 마련됐던 주휴수당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68년 전 장시간 저임금 시절에 만들어진 주휴수당은 해외 주요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며 “쪼개기 근로가 성행하는 등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아 사업주는 물론이고 근로자도 어려움을 겪는 만큼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KBIZ 중소기업중앙회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