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OS’ 업그레이드하자]〈상〉전문가 436명 긴급 제언
정부서울청사 전경.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차기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대선주자들도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 구상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인수위 과정 없이 출범했던 만큼 사실상 10년 만의 정부조직 개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4차 산업혁명 등 전례 없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 운영체제(OS)의 전면 업데이트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한국행정학회(회장 박순애 서울대 교수)와 함께 차기 정부 구상을 위한 학회 소속 전문가들의 대안과 제언을 들어 봤다. 이와 관련해 한국행정학회는 9일부터 이틀간 서울 LW컨벤션센터에서 ‘행정환경의 변화와 미래 정부의 재설계’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진행한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세계 최초로 ‘가능성부(Ministry of Possibilities)’라는 플랫폼 형태의 가상 부처를 신설했다. 기존 법이나 행정 체계로 다루기 어려운 전례 없는 사회 문제 및 미래 먹거리 과제가 이어지는 만큼 기존 부처 간 칸막이를 완전히 없애 버린 전혀 새로운 형태의 부처에 전 공무원이 참여해 해결 방안을 고민하자는 일종의 ‘실험’이다.
한국도 다음 대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같은 사회 변화 및 기술 흐름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부처 전면 리모델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부처 간 중복되는 기능은 과감하게 통폐합해 ‘옥상옥’ 구조를 탈피하고,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4차 산업혁명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 운영체제(OS)의 전면 업데이트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인구감소 대비한 이민부 시급… 기후에너지부도 만들어야”
美, 백악관에 ‘에너지부서’ 만들고… 伊, 에너지+환경 ‘생태전환부’ 등시대변화 반영해 발빠른 조직개편
韓, AI-포스트 코로나 대응하고… ‘MZ세대 공무원’ 맞춘 재설계 필요
부처간 중복된 기능 재조정… 기재부 예산권 분리 의견도 나와
○ 빅데이터·인구전담·기후위기 부처 필요
특히 ‘차기 정부에 신설해야 할 부처’를 묻는 주관식 설문에 대한 답변으로 가장 많은 63명이 ‘디지털 혁신 전담 부처’를 제안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 도입을 활성화할 ‘미래전략기획부’ 및 데이터 관련 업무를 관장할 ‘미래전략데이터처’ ‘데이터청’ 등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석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범정부 차원에서 데이터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관련 기관 간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공공부문 최고데이터책임자(CDO)’제도를 조기에 도입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 23명은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인구 정책을 총괄하고 이주 외국인 및 난민 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이민부 또는 이민청, 다문화청 등을 신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밖에 △경제안보 △지역균형발전 △항공우주 △정부 부처 갈등 조정 △규제완화 △위기대비 및 재난 관리 전담 부처 등도 신설이 필요한 부처로 꼽혔다.
○ 부처 간 ‘옥상옥’ 구조 철폐해야
여성가족부의 경우 이미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과 중첩되는 기능이 많은 만큼 보건·고용·가족 업무를 분리해 통합하는 한편 양성 평등 등 젠더 이슈는 범부처 성격으로 기능을 분산하자는 제안이다. 통일부의 경우도 대북정책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국방부 외교부 국정원이 공동 대응하는 게 더 효율적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경제 부처도 대표적인 손질 대상으로 꼽혔다. 최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둘러싼 당정 갈등으로 논란이 된 기재부의 경우 예산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 예산이 600조 원을 넘는 시대에 예산실장 한 명이 지나치게 큰 권한을 갖는다”며 “예산 기능을 분리하고 다른 부처 파견직이나 개방형 임용직, 대통령이 임명한 외부 인사 등을 늘려 열린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산업통상자원부로 중복 기능을 이관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5년에 한 번씩 단순히 부처의 이름과 간판만 바꾸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며 “4차 산업혁명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고 ‘MZ세대’ 공무원 등판에도 발맞추는 미래형 정부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