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을 맞은 유럽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병상 부족 사태가 현실로 다가왔다. 각국의 종합병원이 ‘코드 블랙’에 빠졌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드 블랙은 환자가 너무 많아 치료할 자원이 부족한 경우를 일컫는 의학 용어로, 새로운 환자를 받으려면 기존 환자들을 퇴원시켜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위드코로나를 실시하면서 확진자 증가는 예상했지만, 백신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중환자 수가 너무 빨리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英코로나 중환자 병상 수요 “극도로 우려” 수준
영국 중환자실(ICU) 전문의 샬롯 섬머 케임브리지의대 교수는 8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중환자 베드 수요가 극도로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의 중환자 약 3500명 가운데 코로나 관련 환자는 약 900명이다. 섬머 교수는 “ICU 베드 4~5개당 1개꼴로 코로나 환자가 점유한다”며 “팬데믹 이전에 하던 치료를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급기야 치료할 중환자를 ‘선택’하고 있다. 섬머 교수는 “매일 종합병원과 중환자실에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있다. 중환자 병상은 한정된 자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추가 여력은 기존 자원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가진 것을 늘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상황이 꼬박 2년을 채워가고 있지만, 의료진과 병상 수는 이전과 그대로란 지적이다.
◇다가오는 오미크론 공포…입원환자 日1000명 우려
자문단(The Scientific Advisory Group for Emergencies)은 약 30명의 과학자로 구성, 정부에 팬데믹 대응책을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자문단은 이번 회의에서 “영국의 오미크론 감염자 수는 지역사회 전파가 시작됐다는 증거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오미크론으로 인한 입원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영국 보건안전청(HSA)에 따르면 이날 영국의 오미크론 신규 확진자는 131명으로 집계, 누적 확진자가 568명으로 늘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영국의 전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만1342명, 사망자는 161명이다.
노프크앤노리치대학병원 의료책임자 에리카 덴튼 교수는 “새 변이와 함께 특히 백신 미접종자 사이에서 호흡기 치료와 중환자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속속 ‘베드 부족’ 호소
프랑스 파리에서도 소위 ‘파리지엥’ 지역으로 불리는 최고 중심지이자 인구가 가장 많은(1200만여 규모) 일드프랑스 지역은 이날 역내 모든 종합병원이 코로나19 관련 ‘비상 계획’ 가동에 들어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필요 시 다른 치료 일정을 변경해서라도 ICU 베드 수를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백신접종 완료율 80%를 자랑하던 스페인도 일주일 만에 입원 환자가 32%로 껑충 뛰었다고 현지 일간 엘파이스는 전했다. 현재 17개 자치주 가운데 5개 지역에서 높은 ICU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감염자와 입원환자 및 중환자 수가 동시에 증가하는 추세다.
네덜란드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외에 다른 진료 규모를 축소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고 네덜란드중환자병원협회(DHACC)는 밝현 바 있다. 급기야 코로나 중환자 병상 확보를 위해 장기이식을 중단하는 병원이 나오는가 하면, 중환자를 인근 독일로 실어나르며 감염세를 견뎌왔다.
유럽 외에 미국도 메인주의 최대 종합병원 2곳이 병상 포화 압력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뉴질랜드에서도 많은 종합병원이 ICU와 HDU(고의존병동)에 배치할 베드와 간호사가 충분치 않아 2주 전부터 코드 블랙 상태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문제는 입원환자 증가가 바이러스의 중증도 자체와 별개로, 사망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델타 변이와 같거나 잠재적으로 낮더라도 감염자가 많아지면 입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발병률 증가와 사망률 증가 사이에는 시차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금은 오미크론의 진행 양상이 경미해 보여도, 병상 포화라는 현실적 문제와 겹쳐지면 이후 코로나 관련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