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여학생의 중등학교 진학 및 등교를 사실상 금지했다고 8일(현지시간) BBC가 보도했다.
압둘 하킴 헤맛 교육부 차관 대행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교육 정책이 제정될 때까지 여학생들이 중등학교에 다니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프간 여학생의 교육권 침해 문제는 당초 예상됐지만, 탈레반 관계자가 아프간 여학생이 중등교육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프간 북동부 타하르주에 사는 라일라(16)는 의사를 꿈꾼다. 라일라가 다니던 학교는 지난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폐쇄됐다. 라일라는 “집안 일 외에는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바다흐샨주에 사는 미나(15)도 “공부를 못하게 하는 건 사형 선고와 다름 없다”고 호소했다. 외과 의사가 되고 싶은 미나는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라일라와 미나 또래의 많은 아프간 여학생들이 학교가 폐쇄된 이후 상실감과 혼란을 느끼고 있다.
지난 6월 이후로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교사들은 최근 가르치던 미성년 학생 3명이 결혼하게 됐다면서 ‘학교 폐쇄’가 학생 복지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BBC에 전했다.
북부에 있는 3개 주의 교사들은 한때 학교를 다시 열었으나 하루 뒤 현지 공무원들로부터 휴교령을 내릴 것을 명령 받았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매일 학교 정문에 찾아와 언제 돌아올 수 있는지 묻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부 학교는 탈레반 관계자들과의 협상을 거쳐 재개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 발흐주 마자르이샤리프의 한 교장은 “등교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여학생들이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의 말은 달랐다. 마자르이샤리프에 사는 한 학생 증언에 따르면 이곳에선 무장한 탈레반 군인들이 거리로 나와 여학생들에게 접근해 머리카락과 입이 보이지 않게 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그 결과 학급의 약 3분의 1이 학교에 오는 것을 멈췄다.
이 학생은 “집을 떠나는 순간 우리 목숨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면서 “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상황은 평온하지 않고, 우리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털어놨다.
가난이 심화되고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가족들이 어린 여학생을 학교에 보내기를 꺼린다는 의미다.
헤맛 차관 대행은 “여학생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보장될 때까지 일시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프간 전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남녀분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