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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오징어선단, 인도양서 오징어 안잡고 참치 싹쓸이 불법조업”

입력 | 2021-12-10 03:00:00

인도양서 조업 선단 5년새 6배로…멸종위기 보호 어종 대형참치 남획
위치 추적장치도 일부러 끈 채 조업…최근 적발 341척, 어획 허가는 0척
中, 일식 선호 늘며 참치 수요 급증
AP “中 ‘어둠의 선단’에 우려 커져”




중국의 오징어잡이 선단(船團)이 인도양에 몰려가 불법으로 참치를 싹쓸이하듯 남획하고 있다고 노르웨이 해양감시단체 트리그맷트래킹(TMT)이 8일 밝혔다. 중국 내 참치 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어둠의 선단(Dark fleet)’, ‘떠다니는 섬’으로도 불리는 중국의 오징어잡이 배들은 중동 앞 바다까지 들어가 불법 조업을 일삼아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TMT는 “인도양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공해(公海)에서 벌어지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보호 어종 남획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이날 촉구했다. TMT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인도양에서 활동하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2016년에 비해 6배로 늘었는데 이 중 대다수는 중국 선박이라고 한다. 문제는 중국의 오징어잡이 배들이 오징어가 아니라 고급 어종인 대형 참치를 마구 잡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양 해역에서는 오징어 어획에 대한 규제는 없지만 대형 참치를 잡으려면 인도양 참치위원회(IOTC)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멸종위기 보호 어종이기 때문이다.

TMT의 추적 데이터와 그린피스 해양감시단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오징어잡이 선단은 다른 보통의 오징어잡이 선단과 달리 대형 저인망을 쓰고 있다. 오징어배는 대개 낚시나 루어(가짜 미끼) 방식을 쓴다. 그물이 넓은 대형 저인망을 쓴다는 건 의도적으로 오징어가 아닌 다른 큰 물고기를 잡겠다는 것이다. TMT는 드론이 찍은 증거 사진도 제시했다. 중국 오징어배가 그물에 가득 잡힌 참치들을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 배들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도 끄고 어획을 했다고 TMT는 지적했다.

TMT에 따르면 최근 인도양에서 참치를 잡다 적발된 중국 어선 341척 중 참치 어획 허가를 받은 배는 한 척도 없었다. 알려진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은 약 3000척이지만 실제로는 수천 척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글로벌 이니셔티브’가 발표한 ‘불법, 비(非)보고, 비규제 어업지수(IUU)’에 따르면 세계 152개 연안 국가 중 불법 조업을 가장 많이 한 나라가 중국이다. 올 9월 미국 해안경비대는 해적 행위 대신 불법 조업을 미국 해상안보의 최대 위협 요소로 꼽았고, AP통신은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을 두고 ‘어둠의 선단’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참치를 쓸어 담는 이유는 중국 내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체 원양 어획량 중 1위는 오징어(22.5%), 2위가 참치(14.0%)다. 오징어는 52만300t, 참치는 32만7400t을 잡았다. 지난해 6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진정되면서 외식 수요가 크게 늘었고 덩달아 참치 수요도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수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중국인이 많아졌고, 참치회나 참치초밥 등 일식에 대한 선호도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중국에서 수요가 늘면 세계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 2007년에는 치즈, 2015년에는 와인이 그랬다. AP통신은 “중국의 불법 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8일 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