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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코로나19 백신 포트폴리오로 대비하자

입력 | 2021-12-10 03:00:00

앞으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더 많이 퍼질 것에 대비해 한국도 ‘mRNA’ 외에 다양한 기전의 백신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체계가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전환된 후 신규 확진자 수와 위중증 환자 수 등 방역 지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처음 보고된 지 이틀 만에 코로나19 우려 변이로 지정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방역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추가 접종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재 전 인구의 20.6%에 이르는 미접종자 접종 독려 방안은 차치하더라도, 다시 한 번 집단면역이 가능한 수준의 강력한 추가 접종 계획이 중요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도 코로나19 백신을 100% 화이자 모더나 등 ‘mRNA’ 기반 백신으로 구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에 대한 추가 구매 없이 내년 이월되는 백신을 제외하면 앞으로 mRNA 백신의 구매만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전 국민 접종률 목표 달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방향성이 모호해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올 초 국내에서 가장 많이 접종한 백신이다. 누적 접종 건수가 2210만 건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처럼 아데노바이러스를 활용한 바이러스벡터 기반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 2b상과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오미크론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에 mRNA 백신만 도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다양한 기전의 백신을 확보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 게다가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은 특정 변이를 대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가 변이를 일으키면서 알파, 베타, 델타 등 다양한 변이가 출현했다.

델타 변이에 효과적인 mRNA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더 효과적일지는 그 누구도 답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mRNA 백신 접종이 적합하지 않은 대상자들도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한 혈액암 환자가 mRNA 백신으로 인해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림프절이 붓는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다른 백신을 맞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1000명 넘게 동의한 상태다.

mRNA 백신은 젊은층에서 심근염, 심낭염 등 희귀 심장질환이 드물게 보고되면서 일부 유럽 국가가 접종을 제한하기도 했다. 물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둘러싼 부정적 시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입 초반 혈전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접종연령을 조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화항체 생성량이 mRNA 백신에 비해 떨어진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T세포 면역자극을 통한 장기면역이 우수하고, 중증 이환 및 사망 예방에 있어 충분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강조한다. 중화항체 생성량만으로는 백신의 효과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례없는 위탁 생산 및 기술 이전 계약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왔다”며 “국내에 안정적으로 백신을 공급하는 한편 국내에서 생산된 백신을 전 세계 75개국에 공급해 백신 생산 허브로서 한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중단에 따라 SK바이오사이언스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생산 계약도 연장할 수 없게 됐다. 정부의 글로벌 백신 허브 추진 계획도 성과 달성이 묘연해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의 끊임없는 출현, 예상치 못한 백신 이상 반응 등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위협이 적지 않다. 그만큼 방역 전략에서는 다양한 ‘무기’를 확보한 뒤 대비해야 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 10개월 동안 1000만 명 넘는 국민을 코로나19의 위협에서 지켜낸 강력한 방역 무기다. 정부는 이번 백신 전략안이 가져올 득실 검토와 함께, 다양한 백신 공급을 통해 국민의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할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