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염없이 그리나니, 장안에 계신 님.
가을 귀뚜라미 우물가에서 울고, 차디찬 무서리에 대자리마저 싸늘하다.
등잔불은 저 홀로 가물거리고 그리움에 이 몸은 넋이 나갈 지경, 휘장 걷고 달 보며 괜스레 한숨짓는다.
꽃 같은 미인은 아득히 구름 저 끝에 있건만.
위로는 높다라니 푸른 하늘, 아래는 출렁이는 맑은 물결.
하늘 높고 길 멀어 혼백으로도 날지 못하고, 험난한 산에 막혀 꿈에서도 가지 못하네.
하염없이 그리다 애간장이 끊어지네.
(長相思, 在長安. 絡緯秋啼金井闌, 微霜凄凄簟色寒. 孤燈不明思欲絶, 卷帷望月空長歎. 美人如花隔雲端. 上有靑冥之高天, 下有淥水之波瀾. 天長路遠魂飛苦, 夢魂不到關山難. 長相思, 摧心肝.)
(장상사, 재장안. 낙위추제금정란, 미상처처점색한. 고등불명사욕절, 권유망월공장
탄. 미인여화격운단. 상유청명지고천, 하유녹수지파란. 천장노원혼비고, 몽혼부도관
산난. 장상사, 최심간.)
- ‘하염없이 그리다(장상사·長相思)’이백(李白·701∼762)
아득히 구름 끝을 사이에 둔 이를 그리는 밤. 귀뚜라미 울음, 차디찬 무서리, 가물거리는 등잔불과 밝은 달까지 하나하나에 그저 긴 한숨만 쏟아진다. 광활한 하늘과 강에 막히고, 변방의 험준한 산에 막혀 꿈에서라도 못 만나는 안타까움으로 끝내 애간장이 녹아내린다. 노래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평생 음주와 유람을 즐기며 자유분방하게 살았던 이백의 이미지에, 이 섬세하고 애틋한 정서를 연결하기란 아무래도 낯설다. 그래서 국경지대로 출정 나간 남편을 연모하는 아내의 처지에 시인이 감정이입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런가 하면 ‘꽃 같은 미인을 하염없이 그리는’ 마음은 현종의 총애를 받다 조정에서 밀려난 이백의 심정이 투영된 거라 보기도 한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