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로 돌아간 학교체육] 서울 상암고 여학생 농구 동아리 토요일이면 늦잠 일쑤였는데 생활패턴 규칙적으로 바뀌고 덩달아 학업 집중력도 좋아져… 자주 오는 선배들 진로상담도
서울 상암고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체육 교사와 만든 여자 농구 동아리가 있다. 정식 체육 수업은 주 1, 2회에 불과하지만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을 하며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학업 능률도 높이고 있다. 상암고 농구 동아리의 이혜인 양(1학년·왼쪽)과 신수아 양(2학년)이 공 핸들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상암고 제공
“원 핸드 슛을 쏘는데 ‘밸런스’가 잘 안 잡혀요. 슛 거리도 더 늘려야 하고….”
서울 상암고 1학년 이혜인 양은 평범한 학생인데 전문 농구 선수들이 할 법한 고민을 한다. 이 양은 학교 농구 동아리에서 취미로 하는 농구에 푹 빠져 있다. 슛 자세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지만 재밌고 즐겁다. 농구의 기본을 하나씩 익혀가는 재미 덕에 학업 집중력까지 좋아졌다고 했다. 이 양은 “농구를 모르고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는 토요일 아침 시간 같은 경우 늦잠만 자고 하루가 엉망이었다. 학교에서 농구를 배우고 생활 패턴이 적극적이 됐다. 하루 종일 깨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상암고에는 여학생들로 이뤄진 농구 동아리가 있다. 강 건너 그리 멀지 않은 등촌고에서 재직할 때 학교 체육 활동을 권장했던 이윤희 체육 교사가 2017년 상암고에 부임하자 학생들이 먼저 농구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이 교사가 직접 팀을 짜 방과 후 수업으로 주 2회씩 농구를 지도하고 있다. 이 교사가 거쳐 간 등촌고 동아리와 상암고 동아리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서울시 학교스포츠클럽 리그 결승에서 맞붙은 ‘동네 라이벌’이 됐다. 상암고에는 농구 동아리가 생기기 전 여자 핸드볼 동아리도 있었다. 이 교사가 부임한 뒤 핸드볼 동아리에서 뛰던 학생들 중 몇몇은 농구 동아리에도 가입해 ‘멀티 체육인’이 됐다.
반면 상암고는 학교의 지원 아래 여학생들이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을 자발적으로 소화하면서 면학 분위기에도 상당한 도움을 받고 있다. 농구 동아리 포워드인 구교안 양(2학년)은 상암고에 오려고 가족이 학교 근처로 이사를 왔다. 상암고에서 농구를 하면서 키가 170cm까지 컸다. 땀의 소중함도 알았다. 구 양은 “이 학교에 못 온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한다”며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무척 만족해했다. 신수아 양(2학년)도 “농구를 하면서 진로를 체육 쪽으로 결정했다. 농구 덕분인지 키도 175cm 가까이 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농구 동아리 출신 졸업생 선배들이 모교로 찾아와 후배들과 경기도 하고 진로 상담도 해주는 전통도 생겼다. 이 교사는 “선배들이 팀 후배들 고민도 들어준다. 재학생들은 운동을 통해 인생의 소중한 언니들까지 많이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2020 국민생활체육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대의 규칙적 체육 활동 참여율(주 1회 이상)은 2014년 63.1%에서 2020년 52.0%로 감소했다. 특히 10대 여학생의 경우 1주일간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49.0%에 달했다.
이 교사는 “운동하는 여학생들의 생활 만족도가 크더라. 본인 건강도 관리하고 나중에 2세를 운동선수로 키울 수도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건강한 학교 체육의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