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앞당긴 ‘인구절벽’]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발표 결혼-출산에 지속적 악영향 끼쳐…당초 2041년 예상서 9년 앞당겨져 생산연령인구 年 36만명씩 감소…경제활력 떨어져 저성장 고착화 “고령화-저출산 대책만으론 한계…경제-이민 등 사회구조 다시 짜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결혼과 국제 인구이동 등을 위축시켜 ‘인구절벽’을 앞당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2025년 이후에도 영향을 주는 최악의 상황에선 인구 5000만 명이 무너지는 시점이 중위추계(2041년)보다 9년 앞당겨진 2032년으로 예상된다.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50년 뒤 전체 인구의 40%대로 쪼그라든다. 급격한 인구 감소에 대비한 국가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코로나 계속되면 50년간 합계출산율 1명 미만
통계청이 9일 내놓은 ‘장래인구추계’에선 2019년 특별추계 때보다 인구절벽이 가속화됐다. 코로나19로 결혼과 출산이 감소하면서 중위추계 기준 지난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0.84명으로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명까지 떨어진 뒤 조금씩 회복해 2031년 다시 1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소 인구를 가정한 저위추계 기준으로는 2045년이 돼서야 겨우 1명을 회복한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충격이 더 오래 지속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2025년 이후에도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코로나19 장기 영향 시나리오’에서는 2070년(0.98명)까지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고위, 중위, 저위 추계에서 작년과 올해 결혼이 급감하면서 빨라진 출생아 감소가 수년 내 회복할 것으로 본 것과 달리 저출산 충격이 장기화할 것으로 가정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인구 5000만 명이 무너지는 시기는 2032년으로 중위추계(2041년)보다 9년 앞당겨진다. 생산연령인구도 2070년 1395만7000명으로 작년 대비 2342만 명 이상 감소한다. 10∼20년 내 합계출산율이 1명 이상으로 회복한다는 전망조차 낙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코로나19 장기 영향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출산율에만 초점 맞춘 대책 다시 짜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인구추계 결과는 코로나 위기 상황 등 단기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게 된 측면이 있어 일상을 회복하면 인구 변화 흐름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영아수당 신설, 공공보육 50% 달성 등 ‘저출산 대응 5대 패키지’에 4년간 9조5000억 원을 투입하고, 기존 대책들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생산연령 인구 감소가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 먹어 저성장 기조를 더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OECD는 2030∼2060년 한국의 1인당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연간 0.8%로 추산했다. 2008∼2020년 연 2.8%에서 꾸준히 감소해 2030년 이후 0%대로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고령층 증가로 복지 지출이 커지면 성장이 둔화되고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