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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동 못 하는 남편을 10년 간 간병하며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여성이 말다툼 끝에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오랜 기간 간병에 들인 노력과 고통 등을 고려해 비교적 가벼운 징역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2심을 10일 확정했다. 앞서 1심에서는 무죄 선고가 내려졌던 사안이다.
A 씨의 남편 B 씨는 2007년 교통사고를 당해 뇌병변 2급 장애를 판정받고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A 씨는 2017년부터 교직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했고, B 씨의 대·소변까지 받으며 10년 동안을 간호했다. 해마다 드는 병원비만 700만원에 달했다.
A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 전날 밤 고통스럽다는 불만을 드러내다가 B 씨의 뺨과 목 부위를 친 사실은 있지만, 사망한 당일 B 씨의 목을 조르거나 코와 입을 막은 적은 없다고 진술했다. B 씨의 시신 목 부위에서는 피부 벗겨짐과 얼굴 피부와 볼 점막 등에도 상처가 발견됐고, 근육의 국소 출혈, 연골 부분 골절이 관찰됐다.
그러나 1심은 B 씨의 몸에서 발견된 상처가 A 씨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B 씨의 증세가 심각해 언제든지 숨질 위험이 있었던 점, A 씨가 사망 현장을 은폐하려 하지 않고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던 점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부검감정서를 봤을 때, B 씨가 질병이나 식사 중 기도 막힘 등의 사고로 사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B 씨의 몸에 남은 상처는 누군가에 의한 강력한 외력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사망 당시 집에는 다른 사람이 방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A 씨의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간병이 길어지면서 우울증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A 씨가 B 씨와 자주 부딪치게 된 것도 살인 동기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송영민 동아닷컴 기자 mindy59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