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70% 유권자 지지 후보 정해 한달 전쟁 승패가 대선 최대 변곡점
길진균 정치부장
스포츠 세계뿐 아니라 정치에도 여러 징크스가 회자된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징크스가 꽤 많다.
대표적인 것이 ‘국무총리 징크스’다. 총리직을 통해 전국적 인지도와 탄탄한 행정 능력까지 갖춘 전직 총리가 유독 대권 도전에서는 번번이 실패한다는 징크스다. 김종필 전 총리와 이회창 전 총리, 고건 전 총리가 대표적이었다.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의 대권 도전으로 깨질까 했던 ‘국무총리 징크스’는 내년 대선에서도 그 명맥을 유지하게 됐다.
반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안경 쓴 후보는 늘 낙선했다는 ‘안경 징크스’는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효력을 상실한 징크스가 됐다. 포스터에 나온 얼굴이 가장 작은 후보가 당선된다는 ‘포스터 징크스’도 지난 대선에서 깨졌다. 19대 대선 후보 포스터에서 얼굴이 가장 작았던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였다.
‘역전 불가론’은 동일한 결과가 우연히 반복돼 만들어지는 징크스라기보다는 사실 선거의 공식에 가깝다. 내년 3·9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은 투표일 22일 전인 2월 15일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대다수 유권자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에 이미 표심을 정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펼쳐지는 선거 캠페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미 ‘현재 지지하는 후보를 바꾸지 않겠다’는 유권자 비율이 70%를 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캠프는 2월 15일을 보름여 앞둔 1월 말 설 연휴 직전 여론조사를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보고 있다. 박빙 판세 속에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후보 캠프는 1월 중순 여론조사에서 골든크로스를 이뤄내고, 우세 속에 설 연휴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2주일 남짓 그 기세를 이어가 2월 15일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진입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윤석열 후보가 1월 말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굳힌다는 얘기다. 이 후보가 최근 전국 곳곳에서 하루에도 5개가 넘는 일정을 소화하며 공약과 정책 메시지를 공격적으로 쏟아내는 것도,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7일 첫 선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후보를 비롯해 선대위가 별다른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도 앞으로 한 달 남짓한 기간이 이번 대선의 최대 고비이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징크스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설이 하나 더 있다. 진보, 보수 정권이 번갈아가며 10년씩 집권한다는 ‘10년 주기설’이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보정권 10년,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 10년이 이어졌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시작됐다. ‘10년 주기설’이 견고한 징크스로 자리 잡을지, 한때의 바람이 만들어낸 우연한 결과에 불과했는지는 한 달 후면 그 윤곽이 대략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