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수사]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맡아 성남도개공 퇴직뒤 포천도공 사장에 직원 “뇌물 의혹 ‘억울하다’ 말해” 지인 “최근 아들 결혼 자랑했는데…” 유족, 유서-휴대전화 제출 않기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은 사망 전날인 9일 오후 3시경 사직서를 비서에게 맡기고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고 한다. 검찰이 이날 유 전 본부장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유 전 본부장은 부인에게 “자존감이 무너졌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천도시공사 관계자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장 부속실 직원에게 전날 오후 3시경 사직서를 맡긴 걸 오늘 알았다”라며 “정식으로 접수되지 않아 대부분 직원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공사 소속의 유 전 본부장 수행기사는 “전날 사표를 낸지도 모르고 10일 오전 집에서 출근 대기 중에 회사 직원으로부터 ‘사장님이 실종돼 수색 중’이라는 말을 (뒤늦게) 들었다”고 했다.
공사 직원들은 유 전 본부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놀라워했다. 공사의 한 직원은 “사장님은 대장동 의혹이 나온 뒤에도 평소대로 출퇴근하며 업무를 수행했고, 9일에도 평소와 다른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며 “당황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공사의 또 다른 직원은 “사장님은 ‘대장동과 관련해 내 명예가 훼손돼 억울하다’는 취지의 말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특히 검찰이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잡히자 유 전 본부장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의 한 지인은 “유 전 본부장 아들이 최근 결혼을 해서 그가 주변에 자랑을 많이 했는데 갑자기 극단적 선택을 해 주변에서도 황망하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2018년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퇴직한 뒤 2019년 1월 포천도시공사 전신인 포천시설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같은 해 6월 출범한 포천도시공사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다. 포천도시공사 사장 임기는 내년 1월 7일 종료 예정이었다.
포천=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고양=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