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시즌 앞두고 촉각
미래에셋 지난달 젊은피 전진배치…증권은 19개 부문 대표 평균 50세
KB는 새 은행장에 55세 이재근 내정…삼성 계열사 임기 1년 남은 수장 교체
곧 임기 만료 김정태 하나 회장…권광석 우리은행장 내년 거취 관심
4대銀 부행장 31명도 이달 임기 끝나
연말 금융권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 CEO 인사는 역대급 실적을 기반으로 안정에 무게가 실렸지만 KB금융이나 미래에셋그룹처럼 세대교체를 통한 혁신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4대 은행 부행장의 70%도 이달 임기가 만료돼 연쇄 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김정태, 권광석 내년 3월 임기 끝나
KB금융그룹은 1일 차기 KB국민은행장에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55)을 내정했다. 1960∼64년생이 포진해 있는 은행장 중 가장 젊다. 최연소 행장 발탁을 통해 조직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다.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그룹의 조직 쇄신 기조에 맞춰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던 수장들을 교체하기로 했다. 미래에셋그룹도 지난달 50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19개 부문 중 13개 부문의 대표를 교체해 부문 대표의 평균 연령이 54세에서 50세로 낮아졌다.
이 같은 세대교체 바람이 하나, 우리 등 다른 금융그룹 인사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2012년 취임 후 4연임을 이어온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69)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정관상 나이 제한(70세)으로 연임이 불가능한 데다 김 회장이 최근 연임 의지가 없다고 밝혀 10년 만에 ‘포스트 김정태’ 체제가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 차기 회장 후보로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65), 박성호 하나은행장(57) 등이 거론된다.
권광석 우리은행장(58)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1년의 짧은 임기로 시작한 권 행장은 올 3월에도 1년 연임을 받았다. 조직 안정화와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재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우리금융이 최근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 만큼 조직 쇄신 차원의 은행장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4대 은행 부행장 70% 임기 만료… 임원진 인사 폭도 클 듯
보험, 카드 등 금융그룹 주요 계열사의 CEO 임기도 줄줄이 만료된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60)은 지주 부회장으로의 승진이 유력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계열사 CEO들의 인사와 맞물려 은행 부행장 등 임원진 인사에도 큰 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부행장 44명 중 31명(70.5%)의 임기가 이달 끝난다. 은행 부행장들이 계열사 CEO로 옮겨 가는 사례가 많은 만큼 CEO 인사 폭에 따라 부행장들의 연임 여부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사들이 올해 좋은 실적을 거뒀음에도 세대교체에 나서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 긴밀히 대응하고 디지털 전환, 젊은 고객 공략 등 혁신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금융사의 세대교체 분위기는 최대 경쟁자로 자리 잡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나 핀테크의 젊은 CEO를 겨냥한 인적 쇄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카카오페이 대표에서 모기업 카카오의 공동대표가 된 류영준 대표(44)를 비롯해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44),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40),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39) 등 1970, 80년대생 CEO가 조직을 이끌고 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