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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최연소 임원 신정은 상무 “나이보다 중요한 건 젊은 생각”

입력 | 2021-12-13 03:00:00

“주어진 일 성과 내겠다는 의지 확고…첫아이 출산 때 경력단절 걱정도
조직문화서 MZ세대 대변할 것…고객 삶 연결 신사업 기여하고 싶어”



올해 말 LG그룹 임원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 승진자가 된 신정은 상무. LG전자 제공


올해 말 주요 기업 임원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이고 제조 대기업들도 30, 40대 상무, 부사장을 여럿 배출하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임원의 등장을 알렸다.

신정은 LG전자 상무(41)는 LG그룹이 올해 새로 선임한 임원 132명 중 가장 나이가 적은 ‘80년대생 임원’이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 상무에게 승진 소감을 묻자 “기쁨보다 부담이 크다”면서도 “선배 임원들에게 당당히 ‘저도 MZ세대’라고 말하며 조직문화나 일하는 방식에서 젊은 직원들을 대변하려 한다”고 말했다.

1980년생인 신 상무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소속 ‘데이터융합서비스Task 리더’로 회사의 미래 먹거리인 정보통신 기술 연구를 맡고 있다. 최근에는 전장(자동차부품)사업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자동차가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요 자동차 기업으로부터 사업을 수주하는 데 기여했다.

신 상무는 “‘임원이나 리더가 되겠다’와 같은 목표를 세운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런 목표를 세웠다면 성과가 더 좋았을까 되물었던 적도 있지만 위치보다는 일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대신 항상 주어진 일을 주도해서 끝까지 해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는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태도를 회사에서 좋게 봐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신 상무는 대기업 임원 세대교체에 대해 “제가 임원이 되고 보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나이 자체보다는 젊은 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리고 끝까지 실행력으로 뒷받침하는 것들이 필요하다”며 “이런 특징을 가진 젊은 임원들이 늘어나 회사가 항상 젊은 생각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기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신 상무는 여섯 살 난 딸과 두 돌이 갓 지난 아들을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일과 삶의 균형을 지켜온 방법을 묻자 신 상무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저도 가혹한 환경의 워킹맘입니다. 매일 매일이 치열하죠.” 그는 “출산, 육아로 고민 중인 후배들에게 ‘선택과 집중을 꼭 해야 된다’고 얘기한다. 저는 육아와 일 두 가지에만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에서 퇴근하면 육아에만 집중하고 오후 9시 정도 ‘육퇴’(육아퇴근)를 하면 새벽까지 다시 일을 하다 잠깐 자고 일어나 출근했다”며 “결국 ‘내 자신과의 싸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싸움을 끊임없이 반복해 습관이 되면서 정착이 됐다”고 말했다.

신 상무는 “첫째아이를 출산했을 때는 경력단절을 걱정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하니 그동안 일을 하고 싶다는 에너지가 비축됐는지 새로운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있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일에 있어서는 남녀 구별이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가혹한 환경의 워킹맘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 상무는 정보통신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10년 LG전자 선임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은 자동차 간 통신을 하는 5세대(5G) 텔레매틱스 선행 개발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았다. 그는 “차량에서 IT 기기 사용도 늘고, 자율주행까지 이어지며 차량 내 통신 수요는 계속 커질 것”이라며 “임원이 된 뒤에도 생활가전, 차량 등 고객의 삶을 연결하는 분야의 신사업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